것이다
고귀하고 보람 있는 육아가 감히 짜증 난다니
하지만 매일매일 반복되는 육아는 짜증 나는 것이 맞다
되돌아보면 보람 있고 가치 있고 소중한 시간들이지만
하루하루 반복되는 그 순간의
육아는 힘들고 짜증이 난다.
얼마 전에 시아버지 생신을 맞이하여
시부모님, 우리 가족, 아가씨네부부(애는 없음)랑 여행을 갔다.
시어머니는 (비록 시아버지 생신이지만) 아들과 며느리 힘들다고 우리 딸만 데리고 아가씨네 부부와 먼저 출발했고 남편과 나는 집에서 여유를 부리다 천천히 출발했다.
저녁 시간이 되어서야 우리는 다 같이 만났고
아가씨는 이렇게 말했다,
아기가 너무 순해요, 저도 올해 말쯤 아기를 갖고 싶어요.
나는 아니라고, 육아 정말 힘들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아가씨는
할만한 것 같은데요
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하고 싶은 말이 무척 많았다.
아 물론 돌 이후로는 모유수유도 안 하고 말도 어느 정도 통하는 것 같고 귀엽고 육아가 좀 더 수월한 것 같기는 해요
하지만 결코 할만하지는 않아요, 아직 통잠 못 자서 밤에 자다 깨면 피곤하고, 어린이집 안 가서 하루 종일 누군가가 같이 있어야 해요. 제가 그나마 숨 쉬고 살 수 있는 이유는 어머니가 주말마다 봐주셔서 그래요
라고 속사포처럼 속내를 쏟아내고 싶었는데 어찌 된 일인지 내 목구멍에서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어차피 하나하나 말을 해봐야 겪어봐야 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일까(나도 임신했을 때 아기가 있는 친구 집에 가보고는 할 만할 줄 알았다. 자기 일로 닥치기 전까지는 절대 알 수가 없다)
아니면 말한다고 이 힘듦이 사라지는 것도 아닌데 굳이 말할 필요가 있나 싶어서였을까.
내 입은 잘 떨어지지 않았다.
그 와중에 남편은 이상한 말을 한다
내년이면 말띠잖아, 말띠여자 안 좋아
그래서 나는 또 흥분해서
이게 또 무슨 말 같잖은 말인가.
요즘 여자가 드세면 좋은 거지
자기주장도 있어야지
니 딸은 용띠여자 아니냐
아까와 달리 하고 싶은 말이 랩처럼 쏟아져 나왔다.
보다 못한 시아버지가
"이제 저녁 다 먹었으니 일어나자"라고 하였고 그렇게 얼렁뚱땅 저녁 식사는 마무리되었다.
호텔 방으로 각자 들어가는 길, 남편은 이렇게 말한다.
너는 눈치도 없이 왜 그러니,
말띠 여자 안 좋다는 거 당연히 나도 안 믿지
하지만 조금이라도 쟤네 임신 미뤄야 될 거 아냐
쟤네 애 낳으면 우리 딸은 이제 누가 봐줘
할머니는 당분간 쟤네 자식한테 갈 거 아냐
육아 힘들다 말해도 어차피 몰라.
그러니 다른 방법을 써야지,
넌 오늘따라 눈치가 없다."
아. 이런 깊은 뜻이 있었다니. 남편은 조금이라도 시어머니의 도움을 더 받으려고 아무 말이나 일단 뱉어낸 것이었다. 효과가 있는지 아가씨는 핸드폰으로 인터넷에 '말띠 여자 사주' 등을 검색하고 있었다.
남편 머리가 이럴 땐 참 잘 돌아간다. 그의 설명을 들으니 또 납득이 가면서도 철없는 우리의 모습에 헛웃음이 나온다.
그렇다. 육아는 힘들다는 것을 말해봐야 모른다.
'야근해서 힘들어요'
'투잡 뛰느라 힘들어요'
라는 말들은 굳이 설명을 하지 않아도 그 힘듦을 알 수 있는데
'육아로 힘들다'라고 아기 없는 사람들에게는 설명을 해도 잘 모르는 것 같다. 그리고 굳이 알아야 할 이유도 없다. 다만 가끔 필요할 땐 나의 힘듦도 말하고 싶은데 어떻게 설명해야 할 지 잘 모르겠다.
+
사실 제일 힘든 사람은
자식 다 키워냈는데도
또
손주까지 봐야 하는
할머니들일 것이다.
오늘도 감사합니다
다음 주도 미리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