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지는 수원. 목적지는 남원.
차는 꽤 오래 걸려서 기차를 타기로 했다.
기차도 3시간이 걸렸다.
남편은 내가 딸을 데리고 간다고 하니 몹시 반대했다.
이유는 딸이 힘들 것이기 때문.
그리고 나도 힘들게 뻔하기 때문.
반면
친정부모님은 몹시도 나와 손녀딸과 같이 가고 싶어 했다.
굳이 남원인 이유는
전라남도와 경기도에 친정 아빠의 사촌들이 많이 사시는데 매년 계모임을 하는데 올해는 남원이 중간(?)지역으로 뽑혔다.
남편은 일하느라 가지 못하고
열렬히 반대만 하였지만 나는 그의 말을 '무시'하고 일단 다녀왔다.
#1 일단 아기의 기차 여행이 재미있도록 관광 열차를 예매했다
아기는 15개월이라 아장자장 잘 걸어 다니며 주위 모든 것이 한창 신기할 나이였다. 마침 S트레인이라는 관광열차가 있어서 이 열차를 예매했다.
천장도 화려하게 꾸며져 있고 가족실도 있고 좌석도 좌식 등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었다.
하지만 아기의 관심을 제일 끌었던 것은 역시 처음 보는 사람들엔 것 같았다.
기차 객실에서 제일 어려 이쁨을 받으며 여차저차 2시간을 보내고 남은 1시간은 숙면 후 무사히 남원에 도착했다.
#2 광한루에 갔다. 무료입장을 하시는 친정아빠를 보며 오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둘째 날은 남원까지 왔으니 광한루에 갔다. 표를 예매하려고 하는데 65세 이상은 무료다. 친정아빠는 해당되고 60년생이신 친정엄마는 올해 아직 생일이 지나지 않아 무료가 아니다.
문득
남원까지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빠는 65세 이상 예전에 넘기시긴 했는데 엄마는 또 언제 이렇게 나이가 드셨지.
친정부모님이 언제 이렇게 나이가 드셨지.
손녀딸과 함께 부지런히 여행 다니셔야 할 텐데.
해외여행도 같이 가고 비행기도 같이 타셔야 할 텐데.
남원까지는 아니더라도 자주 가까운 곳부터 여행을 같이 모시고 다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3 힘들 때마다 남편이 '네가 매우 힘들 것이니 가지 말아라'했던 말이 생각났지만 꾹 참았다.
아기를 데리고 어른들 사이 여행을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나이는 안 여쭤봤지만 나랑 아기 빼고 전부 60대 이상이신 할머니 할아버지들 틈사이에서 그래도 우리는 많은 배려를 받으며 여행을 했다.
여행이라고 해봐야
첫날은 남원 와서 점심 먹고 숙소에서 짐 풀고 다시 저녁 먹고
둘째 날은 광한루 간 것이 일정의 전부였지만.
그래도 먼 거리를 떠나서 그런지 꽤 힘들었다. 지칠 때마다 남편이 '후회할 것'이라고 했던 것이 생각났지만 티를 내지 않았다.
남편이 전화 와서 괜찮냐고 물어볼 때
안 괜찮다고 하면 괜히 내가 지는 것 같아서 괜찮은 척했다.
사실 숙소 도착해서 낮잠도 자고, 친정엄마가 아기를 많이 봐줬는데도 불구하고 세 시간 기차여행은 몸을 많이 피곤하게 하는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아기는 매우 신나 보였다. 새로운 사람 만나고 새로운 곳 가는 것을 좋아하는 아기는 옹알이가 폭발하고 까르르거리며 남원을 휘젓고(?) 다녔다.
아기가 웃을 때마다 친정부모님도 활짝 웃으시는데 그 모습을 보고 내가 좀 힘들어도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정아빠는 밤에 손녀딸에게 줄 커다란 인형을 사다 주었다. 친정엄마는 약간 놀래며
'너 어릴 때는 한 번도 안 사주더니. 할아버지 되더니 인형을 다 사주네.'
라고 하셨다. 괜히 내가 감동받았다.
시간은 멈추지 않고 속절없이 흐른다.
기회가 될 때마다 아이와 부모님 모시고 여기저기 다녀야겠다.
P.S. 하지만 남원은 좀.. 인간적으로 너무 멀긴 했다..
다시 갈래? 하고 물어본다면 내 대답은 노코멘트...
그래도 부모님이 좋아하시고 아기도 옹알이가 폭발했으니.. 그걸로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