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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그렇게 갈 때까지 가봐야 깨달을까

by 솔아Sora

#1. 아기가 16개월에 접어든다. 나는 아기를 어린이집에 보내보려고 예방접종 증명서 등 서류들까지 다 발급받아 놓고, 어린이집에 가서 친구들과, 선생님과 인사도 하고, 준비물도 다 챙겨놓고서는 결국 안 가기로 했다.


어린이집에는 오전에만 보내려고 마음을 먹었었다. 처음에는 한 시간 씩 보내고 적응하면 올해는 딱 세 시간만. 세 시간만 보내야지 하고 생각했다. 돌이 지났으니 오전에만 보내면 나도 좀 쉬고 아이도 사회생활 및 놀거리가 좀 있을 줄 알았다.


어린이집을 좀 더 이따 가기로 생각한 것은

자기보다 어린 아기들에게 장난감을 빼앗기는 내 새끼의 모습을 보고 나서다.

장난감 뺏기는 것까지야 애들끼리 노느라 그럴 수 있지만 그 상황에서 얼굴을 맞는(애들끼리 노느라 당연히 그럴 수 있지만) 모습을 보고 있자니 조금만 더 데리고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에게 사회생활을 겪게 해 준다는 것은 다 내가 쉬고자 하는 핑계라는 것을 깨달았다. 사회생활은 차라리 일주일에 한 번 문화센터만 가도 될 것 같다.



#2. 그렇다고 내가 안 쉴 수는(?) 없다. 양가 부모님.. 아니 양가 어머님들께 SOS를 쳐본다. 사실 우리 친정엄마는 손주 보다가 허리가 이미 나간 것 같고 시어머니는 어깨가 나간 것 같아 보인다. 하지만 나는 흐린 눈을 하고.. 다시 한번 연락을 돌린다.. 그래도 예전보다는(?) 살살 돌리는 편이다. 어머님들의 건강도 생각하고.. 장기적으로(?) 가려면 살살.. 해야..

이런 생각을 하는 내가 참 이기적이다.

대신 보약은 꾸준히 보내드리고 있다..

정말 말그대로 병주고 약주고다.



#3. 아기는 날이 갈수록 커간다. 아기와 남편과 셋이 가족 여행을 다녀올 때가 제일 신이 나고 마음이 가득 차는 것 같다.

저번에는 유모차를 끌고 출렁다리(입구)도 다녀왔다.

남편이 낑낑거리며 아기를 태운 유모차를 째로 들고 들고 계단을 오르는데

한 아주머니의 말씀이 기억이 남는다.

"아이고, 애기네. 애기는 기억도 못할 텐데.

그래도 다녀. 기억 못 해도 부모가 기억하면 된 거야. 부지런히 다녀야 해."


다녀오면 엄청나게 피곤하지만 그래도 그때 찍은 사진을 보면 셋 다 행복한 표정으로 웃고 있다. 행복한 추억을 회상하며 오늘도 이번 주말에 어디 갈지 계획을 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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