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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386 티익스프레스 대신 코끼리 놀이기구

by 솔아Sora

아기, 남편과 셋이서 에버랜드에 갔다.
만약 아기가 없었다면 들어가자마자 티 익스프레스부터 타고 후룸라이드(바뀐 이름은 모른다)를 타고 아마존 익스프레스를 타고 올 텐데 이런 것들은 하나도 못 탔다. 그래도 신이 난다.

아기랑 가니까 많은 것들이 새로워 보인다.
유모차 대여소가 따로 있었고, 유모차 주차장이 군데군데 있었다.

놀이기구는 하나도 못 탈 줄 알았는데 구경하다 보니 코끼리 놀이기구가 눈에 띈다. 아기가 코끼리를 가리킨다. 키나 나이 제한이 없길래 아기를 데리고 타기로 했다. 우리 아기 인생 첫 놀이기구다.




#범퍼카를 쳐다보는 남편


"우와 범퍼카 재미있겠다."

삼십 대 후반이 되신 남편의 말이다. 신나게 부딪히며 범퍼카를 타고 있는 아이들을 하염없이 바라본다.


내가 아기를 보고 있을 테니까 타라고 해도 남편은 아기를 같이 봐야 한다며 안 탄다고 한다.


나는 티익스프레스를 타고 싶었지만 아기랑 같이 코끼리 놀이기구를 타고나니 티익스프레스를 안타도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만 타도 충분히 재밌고 힘들다. 아기 놀이기구도 꽤 재밌었다.




#호랑이는 무서워


점심을 후다닥 먹고 동물이 있는 곳으로 갔다. 남편이 아기를 안아서 펭귄, 새 등을 보여줬는데 호랑이도 있었다. 그런데 호랑이가 우리들 쪽으로 살금살금 다가오자 아기가 남편 팔을 꼭 잡는다. 호랑이는 무섭지. 아기한테 이제 무섭다는 개념도 생기는 것 같다.




#환장의 나라라지만 그래도 오길 잘했다


환상의 나라 에버랜드가 아니라 환장의 나라라고 한다. 길 가다 보면 우리처럼 눈 밑이 퀭하고 영혼 없는 눈을 한 부모님들을 보며 동지애를 느낀다.

화장실 갈 때도 (나 없는 동안 혼자 아기를 보느라 힘들까 봐) 남편 눈치가 보였지만 그래도 우리만의 첫 추억이 쌓였다.


오는 차에서 아기는 신이 났는지 옹알이로 계속해서 떠들어댔다.


비록 나는 코끼리 놀이기구 하나 타고 남편은 놀이기구를 하나도 못 탔지만 남편과 나는 돌아오는 차에서 오기를 잘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행복한 추억이 하나 더 생겼다. 아기가 태어나니 티익스프레스를 안타도 가슴 깊숙한 곳까지 꽉 차는 기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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