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오랜만에 우리 가족 셋이 놀러 가기로 한 날이다.
아침부터 설레는 마음으로 계획을 세웠다.
"가평을 갈까"
"춘천을 갈까"
기대에 들떠 여기저기 생각해 보았지만 결국 가까운 캠핑장에 가기로 하였다.
여건상 1박은 하지 못하고 밥만 먹고 오기로 하였다.
그렇게 계획을 하고 아기를 낮잠을 재웠다.
낮잠도 순조롭게 자고, 낮잠 자는 동안 남편은 오랜만에 게임을 하고, 나는 넷플릭스를 보았다.
평화로운 시작이었다.
아기가 낮잠에서 깨자마자 준비를 하여 캠핑장으로 출발하였다.
장비를 다 대여할 수 있어서 우리는 집게, 가위, 숯, 그릴 등등을 다 대여하고 삼겹살과 양고기를 구웠다.
텐트 안은 추운 겨울이어도 히터가 잘 켜져 있어서 따뜻했다.
남편은 배고파하는 아기를 보며 허겁지겁 서둘러 고기를 굽는다.
숯을 피우고 치이익 소리가 나며 삼겹살이 지글지글 익어 간다.
아기는 배고픔을 못 참고 짜증을 낸다.
나는 서둘러 햇반을 뜯었고 아기는 손으로 밥풀을 떼어먹는다.
"고기 왔습니다."
남편이 삼겹살을 다 구워서 가져왔다.
아기는 고기 냄새에 기분이 좋은지 신이 나서 내가 잘라주는 고기를 허겁지겁 손으로 집어 먹는다.
남편도 배가 고플 텐데 크게 한 입 고기를 싸서 나한테 준다.
와우, 숯불에 구워 먹으니 그냥 삼겹살인데도 정말 맛있었다.
아기와 내가 거의 다 먹어 남편은 몇 입 못 먹었지만 아직 배고파하는 우리의 모습에 이번엔 양갈비를 굽기 시작한다.
그 사이 나는 아기에게 버섯으로 못 달랜 허기를 채워주고 나는 콜라를 마신다.
"이번에는 양갈비입니다."
오랜만에 맡아보는 퀴퀴한 양의 비릿한 고기 냄새가 내 코를 찌르지만 아기는 맛있는지 양고기도 날름날름 잘 받아먹는다.
결국에는 양갈비를 갈비 째 쥐고 뜯어먹기 시작한다.
"너무 웃기다, 너. 요새 자란 앞니를 사용하는구나."
돌이 지나자 윗니가 드디어 나왔다. 아랫니만 네 개가 나왔는데 윗니가 나오기 무섭게 고기를 뜯는구나.
그렇게 우리는 허겁지겁 고기를 먹고 마무리로 라면까지 먹고 바베큐장을 떠났다.
차에 타서 남편은 고기 굽느라 피곤해서 집에 가고 싶어 하는 눈치였지만 나는 오랜만에 멀리 나온 것에 기분이 들떠서 근처 카페에 가기로 하였다.
새로운 카페, 새로운 장소에 가보니 기분이 좋았다. 게다가 아기는 피곤했는지 잠에 곯아떨어졌다.
덕분에 나는 카페의 햇살을 느끼며 일상의 여유를 맛볼 수 있었다.
배가 부르고 따뜻한 볕을 느끼니
아 이게 바로 진정한 행복이란 것을 느꼈다.
완벽한 하루 같았다.
기분 좋게 집으로 향했다.
잠깐 마트에 들르기로 하였다.
마트에서 아기는 다시 보채기 시작하였고 완벽하다고 느낀 하루에 조금씩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남편과 나는 결국 싸우기 시작했고 설상가상으로 나는 신용카드를 잃어버렸다.
'에고, 완벽하다고 느꼈었는데.'
그래도 곧 남편과 나는 화해를 했고,
신용카드는 찾지 못하고 분실신고를 하였으며,
예쁜 아기 옷을 사면서 다시 기분 좋게 하루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남편과 싸우면 뭐 하나. 어차피 결국에는 전투동지인데.
카드를 찾아도 없는데 어쩔 수 없지. 이미 재발급 신청했는걸.
아기가 커가는 모습에나 집중해야겠다.
돌이 지나자 아기는 놀랄 만큼 하루하루가 달라진다. 외모도, 할 줄 아는 것도, 말도, 표정도 어제와 다른 느낌이다.
첫걸음마를 했을 때는 너무 기쁘고 감격스럽고 눈물이 날 것 같고 동네방네 자랑하고 싶고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휘몰아쳐서 그 순간을 박제하고 싶었다.
우리도 많이 컸다.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남편한테 아기랑 놀아줘,라고 부탁하면
남편은 핸드폰 게임을 하면서 아기를 보거나
유튜브를 틀어놓고 노래를 흥얼거리며 아기를 보았는데
요즘은 아기한테 이야기를 해주고, 눈을 맞추며 책을 읽어준다.
기특하고, 행복하다.
완벽하지 않아도, 오늘도 행복한 하루였다.
그나저나 나는 물건을 잃어버리지 않는데.
카드 분실신고는 정말 처음 해본다.
핸드폰 케이스에 카드를 끼워 넣어놓고 썼는데 도대체 카드가 언제 어디서 빠졌을까?
(분실신고 해놓고 미련 가득이다. 어서 잊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