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나는 코로나 때 결혼해서 신혼여행을 제주도로 왔다. 그래서 그런지 제주도는 우리에게 즐거운 추억이 있는 곳이다. 아기와 여행을 어디로 갈까 고민하던 중 (사실 우리의 욕심이지만) 우리에게 좀 더 익숙하고 아기에게도 새로운 것을 많이 보여줄 수 있는 제주도로 향했다.
#1. 다행히 비행기에서는 울지 않았다.
비행 시간이 낮잠 시간과 겹쳤다. 그래서 그런지 아기는 이륙 할 때 잠들어서 착륙하자 깼다. 한 시간동안 안고 있는 것이 아기에게 조금 더웠을 것 같지만 그래도 생각보다 수월하게 비행기를 탔다.
#2. 아기 잘 키우게 해달라고 빌자마자 일 냈다.
둘째날 아침, 우리 가족은 산방산으로 향했다. 산방산에 갈 때까지만 해도 분위기는 좋았다.
"여기 우리 신혼여행 왔을 때 온천하러 왔던 곳이다. 기억나? 그 때 사람도 별로 없어서 참 좋았는데."
그렇게 우리는 추억 팔이를 하며 산방산의 절에 도착했다.
절에 올라 성불을 했다.
남편은 가장으로서 책임감이 무거워졌는지 연신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인다.
그렇게 불상부터 대웅전까지 들린 후 다시 차에 타려는 순간 (작은) 일이 터졌다.
내가 (변명을 하자면 아기 더울까봐 차에 빨리 태우려고) 차 문을 급하게 열었는데 차 문이 아기를 쳤다(고 남편은 주장한다).
하지만 아기는 울지도 않았고 팔이나 얼굴에 부딪힌 자국도 없었다. 그냥 스쳤겠지.(나의 주장이자 바람이다).
남편은 조심 좀 하라고, 아주 강하게 이야기한다.
좀만 더 말하면 싸울 것 같았지만 다행히 큰 소리가 몇 번만(?) 오가고 다툼의 불씨는 꺼졌다(내가 찔려서 꼬리를 내린 탓도 있다).
#3 아기에게 코끼리를 보여줬다.
아기와 제주도를 어디 갈까 생각하다가 남편이 코끼리공연을 하는 곳이 있다고 거기를 가자고 하였다.
남편과 나는 동물 공연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인데 남편은 그래도 아기에게 제주도에서만 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해주게 하고 싶다고 한다.
우리는 코끼리 공연을 하는 곳으로 향했다.
코끼리가 등장하자 아기의 눈은 휘둥그레졌다.
"코끼리 아저씨는 코가 손이래"
라는 동요를 가끔 불러줬었는데 아기에게 직접 보여주니 뿌듯했다. 물론 성인인 내가 봐도 신기했다. 한국에서 코끼리라니.
코끼리가 공을 차고, 그림을 그리고, 화살을 던지는 모습도 보고, 코끼리에게 바나나도 주었다.
첫 제주여행. 우리의 첫 가족여행.
걱정했던 것보다 더 재밌었고, 더 알찬 여행이었다.
7개월 아기를 데리고 다니는 것이어서 일정이 적었고 낮잠도 충분히 재우느라 숙소에서도 많이 있었지만 하루가 꽉꽉 차고 우리만의 소중한 추억들이 생겼다.
아기가 이 기억을 까먹겠지만 그래도 머릿속 어딘가에 기억보다는 추억으로, 숨겨져라도 간직하고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