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가 뒤집기를 했을때처럼 신기한 일이 또 벌어졌다.
뒤집기 때처럼 이번 일도 재우려고 하는 저녁에 발생했다. 평소 저녁처럼 재우려고 하는데 아기가 갑자기 아뿌라고 말한다.
옹알이는 평소에 했었는데 이렇게 단어를 말한 것은 처음이다.
남편과 나는 우리멋대로 아기가
"아빠"라고 처음 말한 날로 정했다.
우리가 잘한다고 칭찬하니까 아기는 기분이 좋은지 거실에서도, 안방에서도, 자러가서도 계속 아뿌아뿌 거렸다. 뒤집었을 때 우리가 칭찬하니까 연신 뒤집던 것처럼 이번에도 계속해서 아뿌, 푸푸푸 거렸다.
너무나도 기특하고 마음 한켠이 행복으로 가득찬다. 고작 옹알이하나에도 이렇게 행복하다니. 어느새 나도 고슴도치맘이 되었나보다.
하긴, 어제부터 아기가 연신 푸푸 거렸다. 두 입술을 계속 붙였다 뗐다 하고 심지어 이불이나 바닥에다가도 입술을 붙였다 떼길래 쟤가 왜그러지 하고 속으로 생각하던 차였다. 말하려고 그런 거였구나. 이렇게 깊은 뜻이 있었구나.
기특하다 우리 아가.
일주일 전부터는 내 입모양을 뚫어지게 쳐다봤던 것 같다. 그래서 쳐다봤던 거구나.
그런데 너,
24시간 같이 있는 엄마 대신에 저녁과 아침에만 놀아주는 아빠를 먼저 말하다니.
"퇴근하고도 너랑 놀아준 보람이 있구나. 잘했어요."
라고 말하며
함박웃음 짓는 남편이 조금 얄밉긴 하지만 그래도 행복하다. 오늘 잠투정 달래느라 안아줘서 어깨와 허리가 뭉쳤던 피로가 한 번에 쫙 풀리는 것 같다.
+찾아보니 투레질이라고 한다. 그래도 우리 귀에는 아빠라고 들린다. 자기 자식은 다 천재라고 한다니 맞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