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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75 오늘은 쉬어가는 날 - 이유식 시작 열흘차

by 솔아Sora Feb 19. 2025

열흘 전부터 이유식을 시작했다. 아기는 꿀떡꿀떡 잘 받아 먹었다.

젖을 먹던 때와는 또다른 오묘한 느낌이 들었다. 얘도 정말 사람이구나. 나와 똑같이 숟가락질을 통해 밥을 먹는구나. 마냥 아무것도 못하는 애로만 생각하면 안되겠구나. 조리원에서 나온지가 엊그제같은데 벌써 이렇게 자갔다니. 기특하다.

이유식을 잘 받아먹으니 그동안 몸무게가 정체되어 걱정했던 짐도 좀 덜었다.


쌀부터 시작해서 아가는 곧 소고기도 먹었고, 단호박도, 배도 먹게 되었다. 무엇을 주든 꿀떡꿀떡 잘 삼켰다. 아. 청경채만 빼고. 청경채는 맛을 보더니 얼굴로 화를 내는듯 인상을 찌푸렸다.


그리고 평소에는 자기가 먹으려고 숟가락을 쥐고 싶어 안달이었는데 청경채가 든 숟가락은 나에게 주었다. 마치 "엄마나 드세요."라고 하는 것 같아 귀여웠다.


청경채는 내가 먹어도 맛이 없었다. 그냥 포기하고 좋아하는 것들만 줬다.


이유식 열흘차. 오늘도 여느 때처럼 아기에게 한 숟가락 주려고 하는데 울먹울먹 거린다.


짜증을 내나 싶다가도 울음소리가 예사롭지 않다.


배가 많이 고픈가, 하고 그냥 수유쿠션에 눕혀 젖을 주기로 한다. 그런데 젖을 물리는데 아기는 더 심하게 울고 수유쿠션에는 붉은 자국이 보인다.


아니나다를까, 아기의 팔에 있는 bcg 접종부위에서 피가 나는 것이었다.

아, 배고파서 우는 것이 아니었구나. 나는 당황했지만 최대한 침착하게 일단 아기를 달래보려고 한다.


이미 아기 옷에는 피가 범벅으로 묻어있고, 나는 그것을 보며 또 당황했는데 아기는 더 크게 다.


사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한 달전부터 bcg접종 부위에 고름이 계속 생겼다가 딱지가 졌다가 한다. 괜찮다고는 하지만 피가 범벅이라 괜찮다는 말을 듣기 위해 예방접종을 받았던 소아과로 향했다.


다행히 친정엄마와 같이 있던 때라 엄마가 소아과까지 운전을 해주셨다.


'사람이 많으면 그냥 나오자.'

나는 그냥 괜찮다는 말을 들으러 온거라고 생각하며 소아과를 들어섰다.


평일이라 그런지 아무도 없어서 바로 진료를 보았다. 다행히 원장님은 괜찮다는 말을 해 주었다. 내가 그래도 이번이 네 번째라고 하니 보통은 회복이 되는데 아기가 자꾸 딱지가 졌다가 고름과 피가 나는 것이 반복되면 엄마가 관리를 잘 해주라는 답변을 하셨다.

 

괜찮다고는 하지만 관리를 잘해야 한다니 신경이 쓰인다. 다른 아이들은 그냥 회복한다니, 왜 우리아가만 이럴까, 속상하기도 하다.


그렇게 집에 와서 접종 부위를 공기가 잘 통하도록 나시를 입혔다.


그런데 나시를 입힌 것이 화근이었나, 아기는 모유를 먹고 토했다. 또 가슴이 심란해졌다. 토한 것은 예사 있는 일이라고는 해도 괜히 마음이 심란하다.


안그래도 고름에 피까지 나서 아플텐데, 토까지 하다니.


오늘도 이유식을 주고 싶지만 이유식은 건너뛰기로 한다.


자꾸 몸무게를 더 늘리고 싶은 욕심이 들지만 더 큰 화를 부르기전에 오늘은 참아야지.


나는 마음이 급한 것 같다. 그동안 잘 먹었으니 하루 정도는 건너뛰어도 될텐데. 마음을 다잡아야겠다.


무엇보다도 아기가 안 아팠으면 좋겠다.

그것이 가장 중요한 점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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