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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60 첫여행

by 솔아Sora

오늘은 아가와 첫 여행을 가는 날이다. 한 달 전부터 손꼽아 기다리던 날인데 내 마음도 몰라주고 하늘은 야속하게도 비가 온종일 내린다. 그냥 비도 아니고 호우주의보가 내려 뉴스에서는 조심하라는 소식만 연신 내보낸다. 남편과 나는 그냥 가지말까, 고민하다가 그래도 집에서 가까운 거리고, 무리한 일정이 아니겠지라며 일단 집을 나선다.


아기는 아무것도 모른채 일단 차에 탄다.차에 타서 출발만 하면 아가는 곧 잠이 든다. 그렇게 고작 사십분을 달려 도착했다. 사십분 거리여도 아기에게도, 우리에게도, 셋이 되어 떠난 첫 여행이다. 아기에게는 모든 것이 신기해보인다.


숙소에 도착해서 짐을 푼다. 아기는 눈을 두리번 두리번 거린다. 조용하다. 평소 울거나, 웃거나, 옹알이를 하거나 아무튼 무슨 소리를 내던 아기가 조용하다. 눈에는 경계심이 가득한가 싶다가도 어느덧 호기심으로 변하는 듯 하다. 고개를 이리 저리 왔다갔다 하는데, 두 눈이 매우 바빠보인다.


수유를 하고 평소 불러주던 곰 세마리 동요를 불러 주자 이제서야 아기는 웃고 옹알이를 한다. 좀 익숙해졌나보다.


아기를 같이 오신 시부모님께 잠시 맡기고 우리 부부는 숙소 주변 구경을 나갔다. 남편은 못내 두고온 아이 생각이 난다고 한다. 나는 아직 생각이 안나는데. 나는 모성애가 없나 속으로 뜨끔한다. 그것도 잠시, 우리는 다시 하하 호호 방긋 웃는다. 그제서야 우리가 출산 후 서로의 얼굴을 제대로 바라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남편이 있어서 그동안 버틸 수 있었다. 참 많이도 싸웠지만 그래도 자상하고 배려 깊은 남편을 만나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남편도 처음 아빠가 되는거였는데, 모든 것이 새롭고 긴장되어 그동안 많이 힘들었겠지라는 생각이 들자 눈물이 날 것 같다. 남편과 동지애가 싹튼 느낌이랄까, 출산 후 더 애틋해진 기분이다. 그리고 이런 기분을 느낄 시간을 주신 시부모님께도 감사드린다. 다음 번에는 친정 부모님과도 같이 여행을 와야겠다.


다시 우리 부부는 숙소로 돌아와서 이번에는 다 같이 저녁을 먹으러 간다.

아기띠를 하고 식당에 들어가니 직원이 묻는다.

"몇 분이신가요?"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대답한다.

"네 명이요."


"성인 네 분이신가요?

직원은 아기를 보며 다시 되묻는다.

"네."


나는 아기는 당연히 숫자에 세지 않았다. 그래도 직원은 아기를 보고 6인석으로 안내해준다. 아기띠를 하고 앉으려고 했는데 남편은 여기 유모차 대여가 된다 며 유모차을 가지고 왔다. 유모차에 아기를 앉히고 유모차를 남편과 나 사이에 놓으니 이제서야 우리 아기도 우리의 식사에 동참한 기분이다. 네 명이 아니라 다섯명이었구나.



저녁 식사를 다 하고 숙소로 들어왔다. 이번에는 시부모님이 산책을 나가시고 우리는 아기를 재웠다. 낯선 곳에서 잠을 자게 되어 아기가 잠투정이 심할까봐 걱정했는데 아기는 집에서보다 더 잘 잤다.


"너 여행 체질이구나."


너와의 첫 여행. 특별히 한 것은 없었다. 그럼에도 아기에게는 모든 것이 신기해 보였다. 그리고 나와 남편은 혹시 아기에게 위험요인은 없나, 모든 것에 다 긴장을 했다.





아직 아기가 기어다니지도, 걷지도 못해 이 정도 여행은 편한 것이라고 한다. 다음에 기거나 걸으면 얼마나 어려울지 두렵지만 아기가 좋아하는 모습에, 그리고 리프레쉬되는 우리의 모습에 우리는 어느새 그 다음 여행을 또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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