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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42 친정에 갔다. 뒤집기를 했다.

by 솔아Sora

친정은 집에서 한시간 반 거리에 있다. 친정 부모님이 시간 내어 오시기에는 바쁘셔서 우리 가족이 가기로 하였다. 그런데 또 4개월 아기가 왕복으로 왔다 가기에는 힘들 것 같아, 어차피 자주 가지도 않는데 이왕 가니 일주일 살다 오기로 하였다.


아기가 고작 일주일만 있을 것인데 짐이 산더미다. 이 여정을 위하여 남편이 이동식 아기 침대를 샀다. 접이식 텐트에 가깝기는 하지만 그래도 꽤나큰 무게를 자랑한다. 짐을 싸며 괜히 가나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나의 부모님이 손주 볼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을 것이기에 서둘러 짐을 싼다.



다행히 차가 밀리지 않고 집에 잘 도착했다. 예상대로 나의 부모님은 격하게 손주를 맞이해주셨다. 식탁에는 농사지은 토마토와 블루베리가 차려져 있었고, 아빠는 직접 기른 봉숭아꽃을 선물해줬다.


도착하자마자 짐을 간단하게 풀고 다시 아기와 함께 근처 식당에 가서 식사를 했다. 물론 식사는 아기가 있어서 정신이 없었다. 내가 뭘 입에 넣었는지, 남편이 무엇을 먹여주었는지 기억이 안난다. 다행히 아기가 식사 말미에 낮잠을 자주어서 마지막에 먹은 공기밥은 맘편히 먹을 수 있었다.


곤히 자는 아기를 괜히 깨웠는지 집에 도착하자 아기가 격하게 울기 시작한다. 낮잠 스케쥴이 깨져서 그런 걸까. 괜히 친정에 왔나라는 생각이 또 든다.


아기의 울음소리가 그치지 않는다. 어디 아픈걸까. 멀미를 했나. 혹시 식당 에어컨 바람이 너무 셌나. 식당에서 나오는 소리가 너무 낯설고 시끄러웠나. 별의별 생각이 다 든다. 남편이 체온계를 사올까물어보는 차에 아기는 잠들었다.


그렇게 한 잠 자고 나더니 아기가 빵긋빵긋 웃는다. 이제서야 긴장이 확 풀린다. 그런데 아기가 뒤집는다. 어제 뒤집기를 성공했다가 잘 못하더니 오늘은 제법 자연스럽게 한다.


신기하게 구경하는 찰나, 아기가 이번엔 되집는다. 너무 신기해서 남편과 웃음을 터뜨렸다. 새로운 곳에 잘 왔구나. 집에만 있다가 이렇게 변화를 주는 것도 나쁘지 않구나.


뒤집기지옥이라는 말이 있다지만, 그래도 누워만 있단 아기가 새로운 능력을 획득한 것이 정말 신기하다. 좀있으면 걷겠지. 시간이 정말 빨리 흐르는 것 같다. 오늘 하루 식당에서 아기 울음소리에 남 눈치보느라, 친정 와서 아기 피곤해하지 않나하고 걱정하느라, 아기의 웃음에 나도 마음 놓고 방긋 웃어준 적이 없었는데 이제라도 방긋 웃어주고 칭찬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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