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기는 태어나자마자 부모와 생이별을 하고 3일동안 분유를 먹었다. (아기는 동네 산부인과에, 나는 대학병원으로 전원되어 입원해 있었다.)
조리원에서도 황달이라며 분유를 간간히 먹었고, 집에 와서도 내가 외출할 때나 편히 자고 싶을 때 친정엄마가 분유를 먹였다.
그런 아기가 분유를 안 먹는 것은 4개월쯤부터 시작되었다.
주말마다 나는 근무를 하는데, 아기가 전혀 먹지 않아 남편이 결국 아기를 내 일터까지 데리고 와서 먹였다.
남편도, 나도 지쳐서 매번 이럴 수는 없다고 분유 먹이기 대작전을 진행했다.
1. 뭐부터 바꾸지?
분유를 바꿔 보았다.
젖병과 젖꼭지를 바꿔보았다.
그리고 내가 먹여보았다. 성공이다. 분유가 문제였나? 젖병이 문제였나? 아님 젖꼭지? 아무튼 먹어서 다행이다.
2. 성공한 줄 알았지?
아니었다. 내가 줄 때는 먹는데 남편이나 시어머니가 줄 때는 먹지 않는다. 너, 나를 정말 알아보는구나. 한편으로는 왠지모를 뿌듯함이 솟아난다. 나를 이렇게 좋아해줘서 고마워. 우리딸. 나도 사랑한단다.
3. 그럼 내가 자리를 비울 땐 어떡해하지?
내가 출근해 있는 동안 시어머니가 내 옷을 입고 먹여봤다. 젖이 잔뜩 묻어있어서 젖냄새가 깊게 밴 내 옷이다. 아기가 고개를 젖는다고 한다. 실패했다.
평소 사용하는 수유 쿠션 위에서 먹여봤다. 아기가 빕 먹을 시간이 지났는데도 먹지 않고 운다고 한다. 또 실패.
남편과 시어머니는 요리조리 궁리한 끝에 내 옷을 입고 수유쿠션 위에서, 아기가 좋아하는 애착 인형을 보여주며 온갖 재롱을 피우며 먹여보았다고 한다.
아기는 드디어 분유병의 젖꼭지를 빨았다. 남편과 시어머니는 신이 나서 가열차게 더 재롱을 피웠다고 한다. 아기는 몇 분 가량 열심히 젖꼭지를 빨았다고 한다. 그런데 남편이 뭔가 이상해서 젖병을 빼 보았는데, 한참을 빨았는데도 분유 양은 그대로였다고 한다.
아 우리딸. 아빠와 할머니의 노력이 가상해서 먹는 시늉이라도 해준 것이구나.
한편으로는 아기가 나만 찾는다는 사실이 신기하고 가슴 한 켠이 아리송한 기쁨에 차오르는 느낌이다. 엄마가 된 느낌이랄까.
분유 거부하는 아기들도 있다는데 그래도 우리
아기는 분유를 먹는데 내가 있을때만 먹는다면 무슨 소용인가. 당분간 장시간 외출은 못하려나. 빨리 이유식을 적응시켜서 이유식으로 대체되는 날만 기다려야겠다.
+이후 돌 직전 달에 모유수유는 중단(단유)을 했고 분유를 먹였다. 그 뒤로 분유는 잘 먹었다. 11개월에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