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 식구들과 가족여행을 갔다.
저번달에는 시부모님과 제천을 다녀왔고, 이번에는 친정부모님과 서해바다를 다녀왔다.
결혼 전에는 여름 휴가는 친구들이랑 많이 놀러다녔는데. 결혼 하고 나서 나도, 남편도, 많이 바뀌었다.
바다.
출산하고 처음으로 보는 바다다.
그말은 즉슨 아기도 처음 보는 바다다.
아기에게 얼른 바다를 보여주고 싶어서 숙소에서 짐을 풀자마자 가족들을 불러 모은다.
"이제 나가자. 바다 보러 가자."
친정아빠는 아직 덥지 않냐고 말렸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짐을 다시 싼다. 드디어 우리 아기도 바다를 본다.
그렇게 도착한 바다는 역시나 더웠다. 덥고 바닷바람까지 더해져 매우 습했다. 그래도 꾸역꾸역 유모차를 밀고 친정엄마는 양산으로 아기에게 햇빛이 가지 않도록 그림자를 만들어내려 노력한다.
강렬한 해가 내리쬐었지만 갈매기가 끼룩끼룩 울고 바다내음이 나서 더욱 바다에 온 것이 실감이 났다. 남편은 아기에게 처음으로 갈매기를 보여줄 수 있어서 신이 난다고 말했다. 아기는 더워서 인상을 가득 쓰고 있었지만 나중에 숙소로 다시 돌아와서 보니 사진은 잘 나왔다.
파란 하늘과 파란 바닷빛, 그리고 우리.
너무 더워서 숙소로 돌아왔고, 돌아오자마자 친정엄마는 수영장에 아기를 수영시키라고 말한다. 나는 너무 더워서 안하고 싶은데, 엄마가 너무 간절하게 말해서 엄마 소원이나 들어주자, 하고 그냥 못이기는 척 아기를 물에 담근다. 이제 목튜브가 꽉 끼어서 불편해하는 것 같아서 엄마가 만족한 웃음을 보이는 것 같아 아기를 얼른 방으로 데려왔다.
저녁을 간단하게 먹고 아기도 곧 잠드는 것 같은데 엄마가 아기를 볼테니 나갔다오라고 말한다. 이게 무슨 꿈만 같은 기회인가. 조금 망설여졌지만 남편과 동생과 다시 바다로 향한다. 바닷가는 밤이 되어 아까보다 훨씬 덜 덥고 사람도 좀 더 많았다.
잠시나마 육아에서 해방되니 바닷바람이 더욱 포근하게 느껴진다.
남편이 여기까지 왔는데 회를 먹자고 한다. 나는 그래도 밤에는 엄마만 찾는 아기가 신경이 쓰이고 동생은 배가 너무 불러서 안내키는 눈치다. 마침 엄마한테서 아기가 깼다는 카톡이 온다. 다시 숙소로 향한다.
그래도 숙소에 도착하니 아기가 다시 자고 있었다. 남편과 동생과 편의점에서 사온 주전부리로 야식을 먹는다. 얼마만에 먹는 야식인가. 지금 이 순간이 너무 소중하고 엄마에게 감사하다. 배불러질 때쯤 아기는 다시 깨서 엄마와 인수인계를 하고 나는 아가와 잠을 청했다.
비록 바닷가에 너무 더울 때 갔지만 그래도 꿈만 같은 휴가였다. 아기에게 바다를 보여줄 수 있어 기쁘고, 나도 바다를 보고, 오랜만에 친정 부모님과 바람도 쐬서 좋았다. 자주 갈 수 있으면 좋겠는데, 다시 이유식 공장과 집안일과 씨름하는 일상으로 돌아가야겠지.
그래도 또 오자. 아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