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낳고 개원하기(8)집에서 싸우고 한의원에서 싸우고

지겹도록 싸웠다.

by 솔아Sora

남편과 나는 직장이 같다.

즉, 부부한의원을 하는 이상 남편을 직장에서도 봐야 하고, 집에서도 봐야 한다.


안 그래도 아기가 돌이 지나지 않아 싸울 일이 많았는데,

한의원 일까지 겹치니 우리는 지겹도록 싸웠다.


사실 알고 보면 싸움의 원인은 사소한 것이었다.


한 번은

작은 냉장고를 산 것으로도 싸웠다.


이미 한의원에 큰 냉장고가 있었지만,

우리는 약침을 보관할 전용 냉장고를 따로 사기로 하였다.


나는 냉장고는 제일 좋은 엘지 냉장고를 사야 한다고 주장했고, 그리고 실행에 옮겼다.

하지만 남편은 제일 저렴한 냉장고가 좋으며, 그리고 치료실에 있어야 하니 엘지냉장고보다 부피가 더 작은 냉장고를 원했다.


그리고 우리는 이 문제로 그날 크게 다퉜던 것 같다.


그 밖에도 소독기를 구매하는 것을 가지고 싸운다거나,

이 일을 누가 할지 가지고 싸운다거나,

싸움의 이유는 너무나도 하찮은 이유들이었다.


물론 매일 싸운 것은 아니었다.

환자들이 '원장님 침이 최고예요.'라거나, '원장님 약 먹고 안 낫던 병이 한 번에 싹 나았어요.'라고 듣기 좋은 말을 해준다거나,

환자들이 많아 매출이 좋을 때는 우리는 하하 호호 그 어느 때보다도 행복했다.


그러나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싸우는 것 같아서,

내가 그냥 마음가짐을 바꾸기로 했다.


'여긴 내 한의원이 아니다.'


주인의식을 버렸다.

지금까지 '우리 한의원'을 차리기 위해서 분주하게 노력하고

정말 '혼'을 갈아 넣은 '우리 한의원'이었는데,


하도 싸우니까, 나는 마음가짐을 바꿨다.


'여긴 내 한의원이 아니다. 여긴 남편 한의원이다. 나는 그저 직원일 뿐이다.'


그랬더니 남편과의 싸움 빈도가 눈에 띄게 줄었다.


사실 싸움의 이유는 나의 주장을 관철시키고 싶어서 그런 것이었다.

내가 산 냉장고가 제일 적합하다거나,

내가 고른 소독기가 제일 적합하다는 등,

내가 '나의 한의원을 이렇게 꾸밀 것이다'라는 주인의식이 존재하고 있어서 그런 것이었다.


나는 줄곧 '우리 한의원'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였지만,

처음부터 다른 부부한의원처럼 대표자 이름에 내 이름을 넣지 않았다.

나는 언젠간 도망갈 구멍을 찾고 있었다.


남편과 나는 진료 스타일이 다르고, 추구하는 방향이 조금씩 다르다.

그걸 알기에, 나는 애초에 나를 '우리 한의원'의 대표자 이름으로 넣지 않고, 남편 '밑에서' 일하는 것을 자청했다.


그러므로 나는 남편의 뜻을 따르기로 했다.

남편은 한약 처방 스타일은 전부 내 뜻대로 하도록 존중해 준다.

그리고 나는 아기 본다는 핑계로 한의원에서 일하는 시간이 훨씬 적었는데,

남편은 하루 종일 서서 환자들 침을 놓아야 하니, 허리는 쉽게 아팠고 발뒤꿈치는 전부 갈라졌다.


한의원까지 매일 왕복 두 시간 출퇴근하는 남편이 짠하다고 생각까지 더해져

나는 남편의 뜻을 존중했고,

우리는 훨씬 덜 싸웠다. (안 싸울 수는 없었다.)


그런데 남편과 일을 같이 할수록, 이제 한의원도 오픈한 지 일 년이 넘었으니,

나도 이제 '우리 한의원'에서 벗어나

처음 생각했던 '나만의 진료 공간'을 찾아 떠나야겠다는 마음이 슬금슬금 올라오고 있다.


과연 '우리 한의원'은 어떻게 될 것인가?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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