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낳고 개원하기 (7) 젖 먹이는데 보건소 방문

by 솔아Sora


모유수유하는 모습을 누군가는 부끄러워할 것이 아니라고 하고 누군가는 아주 개인적이고 사적인 영역으로 존중해줘야 한다고 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모유수유는 나와 아기만의 시간이라고 여겼다.

누가 쳐다보면 부끄럽고

남편이 아닌 시어머니나 친정아빠가 보게 되는 것도 신경이 쓰였다.


아기를 낳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남편과 나는 한의원을 열기로 하였고

모유만 먹는 아기를 데리고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한의원 오픈 준비를 분주하게 한 덕에

드디어 최종관문인 보건소 방문만 남겨두고 있었다.


보건소 점검은

보건소에서 직원이 한의원에 방문하여

여기에 한의원을 열어도 되는지

과연 주민들이 와도 되는 곳인지

한의원을 운영할 수 있는 곳인지

구석구석 평가하는 과정이다.


점검은 꽤 까다롭다고 들었으며

보건소에서 한의원을 할 수 없다고 판단 내리면

우리는 한의원을 열지 못한다.

그만큼 중요한 과정이고

그동안 남편과 아기와 열심히 준비한 과정이

드디어 빛을 발할 마지막 관문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날

아기한테 모유수유하는데

보건소 점검이 이뤄졌는데,

사건의 전말은 다음과 같았다.



그날은 중요한 날이기에

남편과 나는 서둘러 (역시 오늘도 아기와) 집을 나섰다.


보건소 직원이 열 시에 온다고 하였다.

우리는 아홉 시에 한의원에 도착했고

나는 아기가 오기 전에 젖을 미리 먹여두려고 했다.

그런데 오늘따라 아기가 젖을 안 먹는다.

그래. 먹기 싫으면 먹지 마라. 하고 나는 셔츠 단추를 잠갔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점검받을 준비를 해놓고

열 시가 되었다.

엥 아무도 오지 않는다.


그때 남편 핸드폰으로 전화가 온다.

건물주다.

잠깐 할 이야기가 있나 보다.

남편은 건물주를 만나러 나갔다 온다고 한다.

그래, 보건소 직원이 와도 나 혼자 있으면 되지.


남편은 그렇게 나가고

이번엔 아기가 울기 시작한다.

이런 젠장.

아까 먹으랄 때 안 먹고 왜 하필 지금 젖을 먹겠다는 거니.


내 머릿속이 하얘진다.

-그냥 굶길까?

아기는 내 생각을 읽었는지 더 크게 운다,

-보건소 직원분들이 지금까지 안 오는 거면 많이 늦나 보다. 그래, 애를 굶길 수는 없지. 왜 남편은 하필 지금 나간 거야. 제발 빨리 돌아와라. 제발.


결국 나는 원장실로 들어가서 셔츠 단추를 열고 아기한테 젖을 준다. 아기는 배가 많이 고팠는지 젖을 연신 빨아댄다.


그때 계세요, 하며 보건소 직원이 들어온다.

나는 화들짝 놀란다.

젖 먹는 아기에게서 재빨리 젖을 떼고

단추를 잠그고 싶었지만

보건소 직원이 이미 원장실로 들어온 뒤다.


나는 아기를 안아

셔츠 단추를 잠그진 못하고

아기로 내 가슴을 급하게 가렸다.


보건소 여직원과 눈이 마주쳤다.

-아, 안녕하세요


나는 동공지진의 표정으로 인사를 했다.


뒤이어 남성직원이 들어왔다.

다행히 남직원은 내가 젖 먹이는 걸 못 본 듯했다.


여직원은 (내가 젖 먹이는 걸 봤을까? 아무튼) 당황했는지

-아 저희 점검 왔어요. 한약재 유통기한 지난 것은 없으시죠?

라고 물어본다.


나는

-네, 저희 아직 오픈을 안 해서 한약재 이제 주문해야 해요. 다 새로 사는 거라 유통기한 지난 것은 없어요,


라고 여전히 아기로 내 가슴을 가리며 대답했다.


그 뒤로 보건소 직원분들은 몇 가지 질문을 했던 것 같고 난 이미 머릿속이 하얘졌고

언제 다시 아기에게 젖을 줄 수 있으며

언제 다시 내 셔츠의 단추를 잠글 수 있는지

언제까지 아기로 오픈된 내 가슴을 가려야 하는지가 제일 궁금했다.


그렇게 정신없던 보건소 점검이 끝나고 다행히 우리는 한의원 오픈 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


나와 눈이 마주쳤던

보건소 여직원 분이 사오십대 같아 보이셨는데

내가 짠해서 그런 건지

당황해서 그런 건지


그렇게 나는 모유수유라는 나의 비밀스러운 가슴을

의도치 않게 모르는 분께 오픈하고

(사실 그분이 못 봤을 수도 있다. 나의 희망회로인가?)

어쨌든 보건소 점검은 생각보다 무사히 통과하였다.


남편 놈은

보건소직원들이 다 돌아간 뒤에야 돌아왔다.


와서 하는 말은

-아 벌써 왔다 갔어?


벌써라니. 남편을 한 대 치고 싶었지만

아기를 안고 있어 칠 손이 없어 참았다.




이제 한의원 오픈 준비는 끝났고

환자들을 잘 볼 일만 남았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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