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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아Sora Oct 18. 2022

금연 캠프에 가면 금연할 수 있나요

할 수 있다 금연!

나는 비흡연자다.

그래서 흡연자들의 금연에 대한 심리적 압박감을 모른다.

그래도 환자들한테는 일단 공감하는 척한다.


"힘드시겠어요."

라고 말하기에는 너무 성의가 없는 것 같아서


"금연한다고 생각하지 마시고, 일단 잠시 중단한다고 생각해보세요. 담배를 한 번에 끊으려고 하지 마시고, 담배를 잠깐 참는 기간을 하루씩, 일주일 씩, 한 달씩 이렇게 늘려간다고 생각해보세요."

라고 일단 운을 떼는 편이다.


담배는 정말 안 좋다.

굳이 다른 연구 결과를 들먹이면서까지 설명을 안 해도 정말 몸에 좋지 않다는 것은 이제는 거의 상식이 되었다.


그래도 우리나라는 건강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면서 흡연자들은 점차 설 자리(?)를 잃어,

정말 말 그대로 서서 담배 피우는 그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과거에는 식당에서도 흡연을 하고, PC방 등은 그야말로 담배 냄새가 진동을 했지만 요즘은 실내는 전부 금연이고, 실외도 "흡연 구역"을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다시 원래 하려던 이야기로 돌아와서,


내가 일하는 병원에서는 금연 캠프가 개최되곤 하였다.


아마 정부에서 지원도 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정부 지원인만큼 금연 캠프에 참여할 수 있는 대상자는 담배를

20 갑년 이상 핀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 (정부가 이렇게 지원을 해준다는 것에도 생각을 해 볼 필요가 있다. 그만큼 금연에 돈을 써야지 만성질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으니까 [담배가 여러 질환의 위험인자니까] 정부가 이런 캠프들도 개최하고, 계속해서 보건소랑 연계하는 것이다.)



담배를 오래 폈던 만큼, 참 쉽지 않지만 그래도 일단 본인의 의지로 신청을 한 것에 박수를 쳐드리고 싶다.

(마치 다이어트를 할 때 헬스장에 가기만 한 것만으로도 일단 반은 성공한 것이라는 말처럼 말이다.)




금연캠프는 4박 5일 동안 이뤄진다.

일단 입소하면 혈액검사, 폐 X-ray, 저선량 흉부 CT, 그리고 여러 다른 검사를 받고 전문의의 설명을 들을 수 있다. 그리고 명상, 요가, 여러 프로그램(캘리그래피, 야외 프로그램, 운동 등등)들이 가득 찬 시간표를 받는다. 즉, 다른 것을 못하도록(담배를 피우지 못하도록) 하루 종일 뺑뺑이(?)를 돌리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하지만 담배 피우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것인가.


1분이면 되는 것을..

아무리 시간표를 빡세게(?) 돌려놔도 담배가 자꾸 생각나는 사람들은 순간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아침을 먹고 나서나, 저녁을 먹고 나서 등 잠깐의 시간에 우리 병원의 흡연 장소에서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들키기도(?) 한다.

(마치 단식 캠프에서 다이어트하겠다는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가서/아니면 탈출(?)해서 냉장고를 털거나 다른 군것질 음식을 사 먹는 것처럼..)


그래서 아침에 담배 생각이 나지 않도록, 캠프 내내 아침에 귀에 침을 맞는다.

귀에 침 맞으면 꽤 아플 텐데 환자분들은 꾹 참으면서 맞는 것이 참 기특하시다.


출처 국제신문 "금연, 의지만으론 98% 부족해" 변영상 기자


금연침의 효과는 당연히 담배를 피우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에 관련해서 정말 여러 연구가 있는데,


어떤 연구는 침 치료를 시행하고 fMRI를 촬영하였는데(머리 사진을 찍었더니) 침 치료가 대뇌피질, 뇌섬엽, 소뇌 등에 영향을 주고, 인지기능 개선을 통해 실행기능의 향상 및 계획능력의 개선을 통해서 금연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출처 Quant Imaging Med Surg                

2019 Jun;9(6):1118-1125. doi: 10.21037/qims.2019.06.07)


금연침이 효과적이었다는 연구도 있고, 효과적이지 않았다는 연구도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역시 금연에 중요한 것은 침을 맞으면 담배가 저절로 끊어진다는 것보다는 끊겠다는 본인의 의지라고 생각한다.


나는 현재 병원에서 금연캠프를 담당하지 않고 어쩌다가 당직을 하거나 아니면 그냥 지나가다가 보는 것이 전부다.


그래도 나는 중풍 환자들을 많이 보고 있고, 특히 젊은 사람들이나 중년의 아주머니, 아저씨들 중에서 담배 피우셨던 분들이 많아서 그분들이 중풍 후에 담배를 끊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금연캠프에 오셨던 분들이 떠오른다.


금연침이 효과적인지, 금연 캠프가 성공률이 어느 정도 되는지 그 숫자는 정부한테는 큰 의미가 있을지 몰라도(정부한테는 의미가 있기는 하다. 아무래도 우리 세금이 이런 데에도 쓰이니까) 개인한테는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개인한테 중요한 것은 결국 금연을 성공할 수 있느냐다.

어차피 금연 아니면, 다시 흡연이다. 즉, 그 개인한테는 금연을 성공하느냐(100%) 실패하느냐(0%), All or nothing이기 때문에, 게다가 이 것은 순전히 그 개인의 의지가 작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금연캠프에 온 것만으로도 일단 그 환자분한테 박수를 쳐드리고 싶고, 이제부터는 의지와의, 나 자신과의 싸움일 것이다.


금연을 성공해서 나가시는 분들이 꽤 있고, 성공해서 나가도 그 성공 기간이 계속될지는 미지수나 이왕 마음먹은 겸 꼭 금연을 이어나가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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