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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아Sora Feb 15. 2023

괌의 바다는 옥빛이다

3박 4일 괌 여행기

입국 심사를 마치고 공항 문을 나서자마자 괌의 공기가 (특히 높은 습도가) 우리를 맞이하였다.


"아 잊고 살았었네, 이 느낌"


공항에 내리자마자 느껴졌던 더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공항 문이 열리자마자 진짜 괌의 공기가 우리를 맞이했다.


불과 6개월 전만 해도 한반도에서도 고온다습한 여름 기후를 내 모공 하나하나에 스며드는 습기를 통해 느낄 수 있었는데, 인간은 얼마나 간사한지, 겨울의 차갑고 건조한 시베리아 기단에 익숙해져 있던 나를 괌의 공기가 다시 일깨운다.



ABC마트 어느 곳에서나 살 수 있는 화려한 셔츠들


"휴양지에 왔으면 야자수 그린 셔츠는 입어줘야지"


관광객이 많아서 그런지 괌 투몬 시내 ABC마트에서는 기념품 외에도 화려한 무늬들의 하와이안 셔츠를 팔고 있었다.


남편은 티셔츠 한 장, 나는 원피스 한 장을 골랐다.

괌의 옷들은 여행 온 기분을 한껏 올려줄 뿐만 아니라 여행지에서도 꽤 유용했는데, 옷의 소재가 얇고 통기성이 좋았기 때문이다.


남편은 한국에서 파는 여름 옷보다 괌에서 산 여름 셔츠가 훨씬 시원하고 땀 흡수도 잘 되는 것 같다고 하였다.






우리는 전통 공연을 보기로 하였다. 차모로인들의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하는데, 화려한 복장과 화려한 불쇼, 위아래로 움직이는 무대가 관광객들을 사로잡는다. 다만 직업병인지 나는 이 분들을 보면서도, "저렇게 몸을 매일 흔들면 무릎 관절 다 나갈 텐데"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 하지만 나의 걱정과 다르게 그분들의 표정은 매우 행복해 보인다.

멋진 일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전통공연



괌모닝

괌에서 맞는 첫 번째 아침

아무 데서나 잘 자는 내가 이 날따라 새벽 네시 반에 잠이 깼다. 시차라기에는 괌과 서울은 한 시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데. 핸드폰을 뒤적거리다가 일어나기로 결심한다. 여행지에서 불면은 어쩌면 내게 더 많은 시간을 보고 느끼라고 준 시간일지도 모른다.



아침 7시 경 호텔에서 바라본 괌의 투몬비치

베란다를 열자마자 습한 공기가 나를 반긴다. 모공 하나하나에 공기가 침투하는 듯한 느낌이다.


"끼익 끼익"

새벽에 누가 소리를 지르나 하고 처음에는 깜짝 놀랐다. 자세히 들어보니 닭 소리다. 한국 닭이랑 우는 소리가 조금 다른 것 같다.


호텔을 나가보니 아까 울었던 닭들인지 어미 닭과 병아리와 닭 사이의 중간쯤 되는 사춘기 닭(?)들이 그냥 거리를 돌아다닌다. 누가 키우는 것인지, 야생 닭인지 괌에서 닭 가족을 만날 줄은 생각도 못했다.





돌고래


자세히 보면 돌고래가 보인다.

꼭두새벽부터 각 호텔에서 사람들을 태운 봉고차들이 한 곳에 모인다. 열 명이면 충분할 것 같은 배에 족히 삼십 명을 태우고 배가 출항한다. 우리의 목적은 돌고래를 보는 것이다.

괌의 광활한 바다에서, 태평양 한가운데에서, 나를 포함한 사람들은 전부 수면 위만 보고 있다. 하늘이 푸르고, 물결은 잔잔하고, 수평선은 아득한데 우리의 초점은 돌고래가 보이냐 안 보이냐다. 돌고래가 보이지 않으니 선장과 우리들은 모두 조바심이 난다.

날치가 뛰어나는데도 사람들은 돌고래가 보이지 않는 것에 집중한다. 목적에만 치중하고 주변을 살피지 않던 지난날의 내 모습 같다.


이윽고 돌고래가 나타났다. 우리는 더 조바심이 난다. 더 가까이서 돌고래를 보고 싶다. 욕심은 끝이 없다. 돌고래를 보기만 했으면 좋겠다던 아까의 마음이 또 달라져서 돌고래를 더 가까이서 보고 싶고, 돌고래가 점프하는 것도 보고 싶다.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사람이 받는다.  저 돌고래들은 서커스장의 돌고래가 아니라 야생 돌고래들이다. 어느 날 갑자기 배 한 척이 자신이 놀던 곳을 침입한다. 그리고는 그 배는 또 다른 배들을 불렀는지 다음날, 다다음날에도 매일 배 여러 척이 나타난다. 돌고래 투어는 오전에도, 오후에도, 그리고 선셋 투어라고 하여 저녁에도 신청할 수 있었다. 오히려 우리가 야생의 돌고래를 보러 왔으니 우리가 침입자가 아닐까. 인간이 주인공이 아니니 돌고래가 가까이 있지 않아도 슬퍼하지 않고 멀리서나마 돌고래를 보았던 사실에 만족하기로 한다.




아침 건비치 산책


나뭇잎 뒤로 햇살이 따사롭게 비추고 있었다. 검은 나비 수십 마리가 내 앞에 나타났다. 얼핏 보면 다 검은색으로 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검은색 바탕에 노란색, 분홍색 등 각기 다양한 색의 화려한 나비들이 날갯짓을 하며 펄럭이고 있다. 눈이 부시게 아름답다. 대자연 앞에서 마음이 경이로워진다.

괌의 서해안에 위치한 건비치는 일몰이 아름답기로도 유명하다.

신발을 벗어 손에 꼭 쥐고 냅다 해수욕장을 달려보았다. 발이 모래에 푹푹 빠지지만 백사장이라 그런지 고운 모래가 내 발을 감싸는 느낌이 부드럽고 포근하다. 모래가 발등을 덮고 내 발은 백사장에 푹푹 빠진다. 그렇게 한 발 한 발 내딛다 보면 어느새 파도가 나타나서 바닷물이 내 발을 덮친다. 발가락 사이로 바닷물이 빠져나간다. 지금 이 순간을 영원히 기억하고 싶다.


괌의 바다는 에메랄드빛이다. 민트색이라고 해야 될까, 파랗기도 한데 파랗기보다는 투명한 옥색에 더 가깝다. 아침에 눈을 뜨면 옥빛 바다가 내 앞에 펼쳐졌었는데, 이토록 아름다운 괌의 바다를 떠나야 한다는 것이 무척 아쉽다.

괌의 상징적인 꽃 플루메리아(좌측). 괌은 꽃도 아름답다.
아름다운 건비치의 일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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