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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아Sora Mar 02. 2024

[출산-고난편]아기가 빨리 나오면 마냥 좋을 줄 알았다

출산은 수월했는데(?) 대학병원으로 전원가다

진통(陣痛)


출산을 앞두고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통증을 말한다.



어느 날 밤

화장실에 가고 싶어서 깼다.

화장실을 갔다 왔는데도 배가 아팠다.


10분 간격으로 아픈 것 같아서

가진통이라 생각하고 참았다.



아침을 먹고

점심도 먹고

여전히 아픈 듯 하지만

진진통은 아닌 것 같아(진진통은 자세를 바꿔도 참을 수 없는 통증이라길래) 참았다.



오후 5시,

일어나 소변보는데 이슬이 나왔다.

갑자기 이건 가진통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이 팍 왔다.


아 병원 가긴 가야겠다.


오후 6시

산부인과에 도착해서 간호사 선생님이 내진을 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아니, 초산이라고요? 어떻게 참았어요. 벌써 6cm가 열렸어요. 바로 입원할게요.


(초산부는 자궁경부가 2cm만 열려도 아프고 여기서 5센티까지 가는 시간도 정말 길기 때문에 초산은 조금만 열려도 산부인과에 오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언제 내 자궁경부가 저만큼 열렸는지 모르겠고, 교과서로 배운 가진통과 진진통을 구별하는 도표는 (나에게는) 쓸모가 없었다.

교과서와 현실은 너무나도 달랐다.

교과서로 배울 때는 명확해 보였던 가진통과 진진통의 차이가, 막상 나에게 닥치니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가진통이고, 언제 진진통으로 바뀌었는지 영 모르겠더라.




그다음부터는 다른 출산 후기에서 보는 순서대로 이뤄졌다.


제모와 관장을 하고, 약 1시간가량 무통천국을 즐겼다.



그러다가

오후 9시, 힘을 주라고 한다.

'힘들다. 힘주기 몇 번 더 해야 아기 나올까'

라고 생각하는데

갑자기

아기 울음소리가 들렸다.


신기했다.

저 아이가 내 아이라니 신기했다.


그리고

병원에 온 지 세 시간 반 만에,

힘주기 삼십 분 만에 아기가 나오다니 신기했다.

하지만 빠르게 출산한다고 좋은 것이 아니었다.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던 출산이 여기서부터 심상치 않게 흘러갔다.)


후처치를 하고 1시간 동안 지켜본다고 했다.

어지러웠다.

어지럽다고 하니 후처치를 다시 한다.

피가 계속 흐르는 느낌이 난다.

혈압을 재더니 77에 45라고 한다.

피가 안 멈춘단다.


피가 안 멈춰서 대학병원으로 가실게요.


(빨리 낳는다고 좋은 것이 아니다. 자궁이 다시 잘 수축해야 되는데 그러지 않아 출혈이 계속된다.)


결국 근처 대학병원으로 전원이 결정되었다.


들것에 실려서 이동하는데

점점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


'제발 살아서 아기 만나야 되는데'

'모유 줘야 하는데'


흔들리는 구급차 안에서

번쩍거리는 불빛을 보며 정신이 혼미한 와중에도 아기가 보고 싶었다.


방금 만난 아기와 생이별이라니...


출산까지는 수월했는데... 


게다가,

우리 애기를 못본다고??




렇게 아기는 산부인과에 있고 부모는 대학병원에 있는 이산가족생활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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