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6. 표지에 오른 이름

책은 저자를 넘어서야 한다

by 이시영

156.

표지에 오른 이름ㅡ저자의 이름이 책에 오르는 것은 오늘날에는 관례이며 거의 의무이기도 하다 : 그러나 이것은 책의 효과를 감소시키는 주원인이다. 즉 만약 책이 훌륭하다면, 그 책은 인격보다 그리고 그의 핵심 사상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이다 ; 그러나 표지를 통해 저자가 알려지게 되면 그 핵심 사상은 곧바로 독자에 의해 개인적인 것. 아니 가장 개인적인 것으로 희석되고, 그럼으로써 책의 목적은 수포로 돌아가게 된다. 더 이상 개인적인 것으로 보이지 않으려는 지성의 명예심이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Ⅱ』,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김미기 옮김,책세상,2019. p.99)


화면 캡처 2025-01-11 125002.jpg

나는 훌륭한 책이란 저자의 개인적인 경험이나 인격이 아닌, 독자에게 전달하는 메시지에 그 가치를 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책은 독자들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사고의 지평을 넓히는 도구다. 하지만 저자의 이름이 부각될수록 독자들은 작품 속 메시지보다는 저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나 경험에 더 집중하게 된다. 마치 유명한 화가의 그림을 감상할 때, 작품 자체보다는 화가의 삶이나 스타일을 먼저 떠올리게 되는 것처럼.


저자의 이름은 때로 작품에 대한 선입견을 심어주기도 한다. 베스트셀러 작가의 신작을 보면, 독자들은 이미 그 작가의 이전 작품을 통해 형성된 기대를 가지고 책을 읽게 된다. 이는 작품 자체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어렵게 만든다. 또한, 과도한 기대는 실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마치 스타의 새로운 영화를 기대하며 극장을 찾았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작품에 실망하는 것과 같다.

나는 내 작품이 독자들에게 스스로 말을 걸고, 독자들만의 생각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 물론, 저자의 경험과 생각이 작품에 투영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그것은 작품의 배경이 되어야지, 작품 자체를 가리는 그림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중요한 것은 작품이 지닌 힘이다. 작품은 저자의 손을 떠나 독자에게 전달되는 순간, 독자만의 해석과 의미를 갖게 된다. 저자는 단지 그 시작점을 제공할 뿐이다. 작품이 독자의 마음속에 씨앗을 심고,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작가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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