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발췌문> 『혼자일 수 없다면 나아갈 수 없다』
"우리 시대의 니체는 문화 그 자체다. 니체만큼 현대사회 각 분야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철학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니체는 위대한 철학자인 동시에 위대한 예술가였다. 니체 사후 100여 년간 정치,사회, 철학, 예술의 가장 큰 화두는 언제나 니체였고, 그만큼 다양한 왜곡과 해석들로 우리 앞에 재등장했다. 니체가 외쳤던 '영원 회귀'는 그가 생존했던 시기엔 무명에 억눌린 삼류 철학자의 광기 어린 발악으로 치부되었으나, 이토록 끊임없이 새로운 해석과 창조적 도화선으로 재생되는 니체를 보면서 우리는 그의 외침이 시대를 앞서나간, 그리고 미래에도 우리와 함께 할 수밖에 없는 영혼과 정신의 회귀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니체의 사상이 이렇듯 세대와 시대, 그리고 인종과 국경을 넘나들며 때로는 오해되고, 때로는 재평가 받으며 생명력을 지속시킬 수 있었던 힘은 단연코 그의 특별한 문장력에서 비롯되었다. 잠언이자, 선동이며, 기도문으로, 더없이 순수한 논리와 무한한 영감의 원천으로 읽히는 니체의 독특한 정신 편린은 일종의 퍼즐 같아서 어떻게 조합하고 어떤 생각을 대입하느냐에 따라 나치즘의 기원이 될 수도 있고, 집단주의에서 개인을 해방시킨 실존주의의 첫 번째 페이지가 될 수도 있다.
그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 읽어나가는 것은 그래서 너무나 위험하다. 니체는 광기와 신성이 어우러진 굴곡진 그의 삶에 근간해서 인간과 세계를 자기만의 독특한 사상의 동굴 속에 굴절시켰다. 그는 보이는 세계를 믿지 않았다. 확인된 사실에 대한 맹신을 거부했다. 스스로 인식하고 경험하고 깨닫고 실패한 것들만을 실체와 진실로 수용했다. 니체에게 기성 가치관은 무의미했다. 권위는 억압이며, 그래서 권력은 복종해야 될 의무가 아닌 쟁취해서 타파해야 할 대상이었다. 니체에게 자유는 투쟁을 의미했다. 자신을 억압하는 기존 체제에 맞서 싸울 수 있는 개인의 숭고한 의지, 그것이 곧 니체가 믿는 자유의 진짜 모습이었다. 니체는 그렇게 단독자(單獨者)가 되어 자기만의 세계, 스스로 만들어낸 세계, 자신의 모든 것이 새겨진 단 하나의 세계에서 영원히 자유롭게 존재하기를 소망했다.
니체는 위험한 철학자다. 그의 삶은 위태로운 인생의 전형이었다. 위험하지 않고 위태롭지 않은 삶이 어디 있을까. 위태로운 삶이야말로 니체를 이해하는 최적의 지름길이다. 위기에 빠진 인생일수록 니체를 더 깊게, 보다 매력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세상이 위태롭고, 삶이 무력해질수록 니체의 글이 더 크고 더 넓게, 보다 반갑게 발견되는 진짜 이유일 것이다.
니체에게 삶이란 한마디로 고통과 상처였다. 사람들마저 그의 고통과 상처를 외면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고통과 상처를 통해 오히려 진실을 확인했고, 그로 인해 상처받은 영혼들에게 위로가 될 수 있었다. 니체는 자신의 삶을 뒤쫓는 질병과 가난과 고독의 그림자에서 벗어나고자 생을 초월하는 의지를 구원의 방주로 여겼다."
『혼자일수 없다면 나아갈 수 없다』,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김욱 편역, 포레스트북스, 2024. p.4, 5,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