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
487. 일에 대한 정열 - 학문, 국가의 복지, 문화에 대한 관심, 예술 등 일에 정열을 쏟는 사람은 인간에 대한 자신의 정열에서는 붙을 빼앗는 것이다. (정치가, 철학자. 예술가들이 그 모든 창자물의 대표자인 것과 마찬가지로 인간이 그러한 이들의 대표자일 경우에도.)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책세상, 2020. p.392)
'열정'이란 무엇인가?
어떤 이들은 학문이나 예술, 혹은 거대한 이상에 온 마음을 바치며 놀라운 성과를 이뤄낸다. 그들의 헌신은 존경스럽지만, 문득 그 열정의 이면에 숨겨진 그림자는 없을까 하는 질문이 떠오른다. 니체는 "일에 정열을 쏟는 사람은 인간에 대한 자신의 정열에서는 불을 빼앗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이는 무엇인가에 깊이 몰두할수록, 다른 소중한 것을 놓치게 되는 삶의 역설이다.
니체는 정치가, 철학자, 예술가들을 그 예로 든다. 그들은 각자의 분야에서 창조물의 대표자이자 인간의 대표자일 수 있지만, 그들의 열정이 한 방향으로 너무 강하게 흐를 때 다른 방향의 불을 빼앗는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나는 그것이 '집중'의 본성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한곳에 모든 에너지와 시간을 쏟아부을 때, 다른 곳에 쓸 여유는 자연히 줄어든다. 학문에 몰두하는 학자는 인간 개개인의 미묘한 감정이나 일상의 소소한 관계에 무심해질 수 있다. 국가의 복지를 고민하는 정치가가 정책의 큰 그림에 매달리다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를 놓칠 수도 있다. 예술가는 오직 자신의 작품 세계에만 몰입한 나머지, 현실 속 인간들의 고통이나 기쁨에 둔감해질 수도 있다.
인간에 대한 정열에서 불을 빼앗는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그것은 '공감 능력의 둔화'일 수 있고, '타인에 대한 무관심'일 수 있다. 자신의 일이나 이념에 대한 몰입이 지나칠 때, 우리는 타인의 고통에 둔감해지고, 그들의 삶에 대한 진정한 이해를 잃어버릴 수 있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관계 속에서 의미를 찾는 존재인데, 그 관계의 불이 꺼져간다면 삶은 결국 공허해지지 않을까? 겉으로는 위대한 성과를 이뤄낸다 해도, 그 이면에 인간적인 따뜻함이 없다면 그것이 진정한 위대함일까 하는 질문이 떠오른다.
나는 이 질문이 불편하다. 나의 열정이 나를 고립시키고, 타인과의 진정한 연결을 방해하고 있다는 직설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