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
486. 하나의 불가피한 것- 인간이 꼭 가져야 할 것이 한 가지 있다 : 태어나면서부터 가지는 가벼운 마음 또는 예술과 지식을 통해 가벼워진 마음이 그것이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책세상, 2020. p.391)
니체는 이 아포리즘에서 '태어나면서부터 가지는 가벼운 마음'을 이야기한다. 이 말은 어린아이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그들은 세상의 복잡한 계산이나 무거운 책임감에서 자유롭다. 작은 것에 기뻐하고, 순간에 몰입하며, 내일을 걱정하기보다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살아간다. 그들의 마음은 마치 솜털처럼 가볍고 투명해서, 어떤 무게도 쉽게 짊어지지 않는다. 이런 마음은 분명 태어날 때부터 우리에게 주어진 선물일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타고나기를 낙천적이고 유연해서, 삶의 어려움 속에서도 쉽게 좌절하지 않고 긍정적인 면을 찾아낸다.
하지만 우리는 살아가면서 이 타고난 가벼운 마음을 잃어버리곤 한다. 사회의 기대, 경쟁의 압박, 책임감의 무게가 우리 어깨를 짓누르면서, 우리의 마음은 점점 무거워진다. 어린 시절의 순수한 웃음과 자유로운 영혼은 점차 사라지고, 우리는 늘 걱정과 불안에 갇힌 채 살아간다. 나는 나 자신을 돌아보며, 언제부터 나의 마음이 이렇게 무거워졌을까 반문하게 된다.
하지만 니체는 이 잃어버린 가벼움을 되찾을 수 있는 또 다른 길을 제시한다. 바로 '예술과 지식을 통해 가벼워진 마음'이다. 이는 타고난 것이 아니라, 의식적인 노력과 탐구를 통해 얻게 되는 지혜로운 가벼움이다.
지식은 우리를 무지에서 해방시키고, 세상의 이치를 이해하게 함으로써 마음을 가볍게 만든다. 미지의 것에 대한 두려움은 종종 우리의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지만, 지식을 통해 그 미지의 것을 이해하게 되면 불안은 줄어들고 마음은 한결 편안해진다. 예를 들어, 나는 어떤 복잡한 사회 현상이나 인간 심리에 대해 알지 못할 때는 막연한 불안감을 느꼈다. 하지만 관련 서적을 읽고, 전문가의 강연을 들으며 지식을 쌓아가면서, 그 현상이나 심리의 원인을 이해하게 되었고, 나의 마음은 한결 가벼워졌다. 지식은 나에게 세상을 더 넓게 보고,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는 힘을 주었다.
예술 또한 우리의 영혼을 고양시키고 마음을 가볍게 만든다. 아름다운 음악을 들을 때, 감동적인 그림을 볼 때, 혹은 깊이 있는 문학 작품을 읽을 때, 우리는 잠시 현실의 무게를 잊고 다른 차원의 세계로 빠져든다. 예술은 우리의 감정을 정화하고, 새로운 영감을 주며, 삶의 고통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한다.
니체가 이 '가벼운 마음'을 '불가피한 것'이라고 말한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그것이 삶의 모든 무게와 고통을 견뎌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필수적인 조건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무거운 마음은 우리를 주저앉게 하고, 삶의 아름다움을 보지 못하게 만든다. 하지만 가벼운 마음은 우리에게 유연성을 주고, 변화에 적응하게 하며, 고난 속에서도 유머와 긍정을 잃지 않게 한다. 그것은 삶의 파도에 휩쓸리지 않고, 그 파도를 타고 나아갈 수 있는 지혜로운 태도다.
인간에게 꼭 필요한 것은 외부의 화려한 성취가 아니라, 내면의 가벼운 마음이다. 태어날 때부터 가진 순수한 가벼움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고, 잃었다면 예술과 지식을 통해 다시 그 가벼움을 찾아야 한다. 이 가벼운 마음이야말로 삶의 모든 짐을 견뎌내고, 진정한 행복과 자유를 누리게 하는 가장 귀한 선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