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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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화를 통해 고상해짐-새로운 그 무엇은 바로 이 상처로 인해 약화된 자리에서부터 전체로 접종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의 전체적인 힘은 이 새로운 것을 그의 피 속으로 받아들여 동화시킬 수 있을 만큼 강해야 한다. 퇴화해 가는 본성들은 진보가 이루어지는 모든 곳에서 지극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대개 모든 진보에는 어떤 부분적 약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가장 강한 본성들은 유형을 계속 지켜나가고 좀 더 약한 본성은 유형을 계속 형성해 나가는 것을 돕는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Ⅰ』,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김미기 옮김, 책세상, 2019. p.225)
우리는 흔히 강한 것만이 살아남고 발전한다고 믿지만, 때로는 그 믿음이 우리를 속이기도 한다. 새로운 진보가 이루어지는 곳에는 종종 '부분적인 약화', 즉 퇴화가 선행된다는 통찰은 역설적이지만 깊은 진실을 담고 있다. 이는 단순히 소멸이나 약화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마치 백신을 통해 약화된 바이러스를 주입함으로써 신체가 면역력을 획득하는 과정과 비슷하다. 기존의 강함이 일부분 약화되면서, 그 자리에 새로운 요소나 가능성이 스며들어 전체 시스템을 재구성하고 강력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그 존재의 '전체적인 힘'이 이 새로운 것을 받아들여 자신의 일부로 동화시킬 수 있을 만큼 강해야 한다는 점이다. 즉, 단순히 약화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변화를 수용하고 통합할 수 있는 내적인 힘이 있을 때, 퇴화는 진정한 고상함으로 이어지는 발판이 될 수 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상처와 실패를 경험한다. 이러한 경험들은 때로는 우리를 약하게 만들고 좌절감을 안겨주기도 한다. 친한 친구에게 배신당하거나, 오랫동안 공들인 일이 실패로 돌아갔을 때, 마치 내 일부가 떨어져 나가는 듯한 고통을 느낀다. 이러한 '퇴화'의 과정은 우리를 무력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나는 그 속에서 오히려 더 큰 강인함이 피어난다고 믿는다. 상처받은 부분을 치료하고 다시 일어서는 과정에서 우리는 자신의 약점을 인식하고, 새로운 관점을 얻으며, 이전보다 더욱 성숙하고 단단한 존재로 거듭날 수 있기 때문이다.
강한 존재는 자신의 고유한 특성을 유지하면서도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이는 약한 존재가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고 실험하며 전체 시스템의 변화와 발전을 이끌어가는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강함과 약함은 서로 대립되는 개념이 아니라, 상호 보완적인 관계 속에서 진보를 만들어나가는 중요한 요소인 것이다. 나는 이 지점에서 삶의 오묘한 균형을 본다. 때로는 낡은 것을 기꺼이 버리고, 약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을 때, 비로소 우리는 진정한 고상함과 새로운 시작을 맞이할 수 있다.
결국, '퇴화'는 단순히 나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진보를 위한 필연적인 단계이자, 삶의 본질적인 변화 과정이다. 낡은 잎이 떨어져야 새로운 새싹이 돋아나듯, 우리의 삶에서도 익숙한 것을 내려놓고 때로는 약해지는 것을 기꺼이 받아들일 때, 비로소 더 큰 성장과 혁신을 이룰 수 있다. 당신은 지금, 당신의 삶에서 어떤 '낡은 잎'을 떨굴 준비가 되어 있는가? 그리고 그 자리에 어떤 새로운 가능성을 피워낼 준비가 되어 있는가? 순간을 찾아낼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