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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해짐의 미학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Ⅰ』

by 이시영

228.

강하고 좋은 성격 - 익숙해짐으로써 본능이 되어버린 견해들의 구속성은 사람들이 성격의 강함이라고 부르는 것과 상통한다. 어떤 사람이 몇 가지 동기, 그러나 항상 같은 동기에서 행동하면, 그의 행위는 커다란 활력을 얻는다. 이런 행동이 속박된 정신의 원칙들과 일치해 있으면 그 행동은 인정받고 게다가 그것을 행하는 사람의 내면에는 선한 양심이라는 감각이 형성된다. 몇 가지 동기, 힘 있는 행동 그리고 선한 양심이 사람들의 성격의 강함이라고 부르는 것을 만드는 것이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Ⅰ』,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김미기 옮김, 책세상, 2019. p.230)


나는 가끔 '성격이 강하다'거나 '인품이 훌륭하다'는 말을 듣는 사람들을 유심히 바라보곤 한다. 그들의 행동은 흔들림이 없고, 말에는 무게가 실려 있으며, 어떤 상황에서도 일관된 태도를 유지하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는 그런 이들을 존경하고 신뢰한다. 하지만 문득, 우리가 성격의 강함이라고 부르는 것이 대체 무엇일까 하는 질문이 떠오른다. 단순히 타고난 기질일까, 아니면 오랜 시간 공들여 쌓아 올린 어떤 것일까?

우리의 일상은 예측 가능한 패턴과 정해진 결과들로 가득 차 있다. 아침에 일어나 밥을 먹고, 일을 하러 가며, 정해진 시간에 잠자리에 드는 일련의 행동들은 생존과 사회생활이라는 목적을 향해 움직인다. 이러한 반복 속에서 우리는 특정한 생각과 행동을 익숙하게 만들고, 그것이 우리 내면에 깊숙이 뿌리내려 외부의 흔들림에도 쉽게 변하지 않는 견고한 틀을 형성한다. 이러한 일관성은 주변 사람들에게 예측 가능성과 신뢰감을 주며, 그 사람의 행동에 더욱 큰 영향력을 부여한다. 마치 매일 아침 뜨는 해처럼, 변함없는 존재는 그 자체로 안정감을 주는 법이다.

이러한 습관화된 행동이 우리가 속한 사회에서 옳다고 인정받는 원칙과 일치할 때, 그 행동은 정당성을 얻고 행하는 사람의 내면에는 '선한 양심'이라는 긍정적인 감정이 형성된다. 이는 개인이 속한 사회의 보편적인 가치관이나 도덕률에 맞는 행동을 꾸준히 반복함으로써, 스스로에 대한 믿음과 만족감을 얻게 되는 과정이다. 예를 들어,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사람이 자신의 행동에 대해 부끄러움이나 죄책감을 느끼기보다는, 오히려 떳떳함과 자긍심을 느끼는 것은 바로 이러한 '선한 양심'의 작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의 내면에는 고요하면서도 단단한 평화가 깃들어 있는 것이다.

삶을 통해 몇 가지 동기와 힘 있는 행동, 그리고 선한 양심이 우리가 흔히 '성격의 강함'이라고 부르는 것을 만들어낸다. 이는 단순히 타고난 기질이나 순간적인 의지의 문제가 아니다. 오랜 시간에 걸쳐 반복된 생각과 행동이 내면화되어 형성된 견고한 인격의 발현이다. 강한 성격은 외부의 압력에 쉽게 굴하지 않고 자신의 신념에 따라 일관되게 행동하는 힘을 가지며, 이러한 행동은 주변 사람들에게 신뢰와 안정감을 제공한다. 또한, 자신의 행동이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가치와 부합할 때, 개인은 내면의 평화와 만족감을 얻으며 더욱 굳건한 성격으로 나아갈 수 있다.

성격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며, 외부적인 강요나 일시적인 노력만으로는 쉽게 변화하지 않는다. 긍정적이고 바람직한 성격을 만들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 동안 꾸준히 좋은 생각과 행동을 반복하여 습관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것은 마치 잘 정돈된 정원을 가꾸듯, 매일 물을 주고 잡초를 뽑는 꾸준한 보살핌이 필요한 일이다.

그러니 우리가 타인의 성격을 평가할 때 피상적인 행동이나 순간적인 판단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강하고 좋은 성격은 그 사람의 행동 이면에 자리 잡은 깊은 신념과 반복된 습관을 통해 드러나기 때문이다. 겉으로 보이는 단호함이나 강인함이 반드시 내면의 성숙함과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오랜 시간 동안 꾸준히 실천해 온 작은 선행이나 배려가 더욱 진정한 성격의 강함을 보여줄 수 있다. 우리는 오늘, 우리의 성격을 어떤 습관들로 빚어가고 있는가? 그리고 우리 주변의 사람들을 어떤 기준으로 바라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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