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별빛 Sep 09. 2024

속박된 정신에서의 사항의 척도


229. 속박된 정신에서의 사항의 척도 -  속박된 정신들은 네 가지 종류의 사항에 대하여 그것들이 옳다고 말한다. 첫째, 영속성이 있는 모든 사항은 옳다. 둘째, 우리에게 방해가 되지 않는 모든 사항은 옳다.

셋째, 우리에게 이득을 가져오는 모든 사항은 옳다.  넷째, 그것을 위해 우리가 희생을 치른 모든 사항은 옳다. 예를 들어 이 마지막 것은, 왜 국민의 의지를 거역하여 시작된 전쟁이 우선 희생이 치러지면

곧바로 열광적으로 계속되는가를 설명하고 있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Ⅰ』,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김미기 옮김, 책세상, 2019. p.232)


자유롭게 생각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새로운 것보다는 옛날부터 해오던 것을 더 옳다고 생각하고, 자신에게 손해가 되지 않는 것만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것만을 추구하고, 뭔가를 위해 희생을 치렀다면 그것은 무조건 옳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생각들은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좁히고, 다양한 가능성을 배제하게 만든다. 전쟁을 반대하는 국민들도 전쟁이 장기화되고 희생이 늘어나면서 이를 정당화하고 나와 적, 승리와 패배 등으로 점철되어 전쟁을 지지하는 분위기로 바뀌는 경우가 희생을

치른 후 이를 지지하는 것도 그렇다.    


나는 살아오면서 어떤 것에 대한 옳고 그름을 판단할 때, 그럴듯한 논리나 기준을 내세우며 내 의견이나 방법이 옳다고 주장했지만, 사실은 나에게 이익이 되는지 아닌지가 가장 큰 기준이었던 것 같다.

'나에게 피해만 주지 않으면 그만이지'라는 생각도 많이 했을 것이다.

요즘 우리 아파트에서는 관리비 투명성 문제로 대표회장과 위원들 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입주민 단톡방에 몇 가지 의견을 올렸더니, 나를 입대위 회장의 와이프나 가족, 비서 등으로 몰아세우며 비난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이런 상황에서 나는 주저하게 된다. 내가 나서서 무엇을 바꿀 수 있을까? 오히려 나에게 예상치 못한 피해가 돌아올 수도 있다는 생각에 망설여진다. 지금 당장은 현실적인 이유로 관망하고 있지만, 만약 이 일로 인해 내가 직접적인 피해를 본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도 있다. 마치 니체가 나를 꿰뚫어보듯,

내 안에는 자기희생을 감수하고 맞서 싸울 준비가 되어 있는 또 다른 자아가 존재하는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 강하고 좋은 성격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