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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압과 천재성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Ⅰ』

by 이시영

231. 천재의 형성-자신을 해방할 수단을 찾고 있는 죄수의 기지, 가장 작은 이익이라 하더라도 그것을 가장 냉정하고 끈질기게 이용하는 것은 자연이 때때로 천재를 형성하기 위해서 어떤 수단을 쓰는지를 알려줄 수 있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Ⅰ』,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김미기 옮김, 책세상, 2019. p.233)


이 아포리즘에서 '죄수'는 단순히 물리적인 감옥에 갇힌 사람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사회적 제약, 경제적 어려움, 심리적 억압 등 인간을 둘러싼 모든 형태의 구속과 한계를 상징한다. 억압적인 환경은 개인에게 끊임없이 탈출구를 모색하도록 강요한다. 자유를 갈망하는 본능은 갇힌 자에게 생존의 문제와 직결되며, 이는 곧 기발한 아이디어와 창의적인 해결책을 탐색하는 동력이 된다. 영화 ‘쇼생크의 탈출’처럼 말이다.

'기지'는 바로 이러한 절박한 상황 속에서 발현되는 특별한 지능과 능력을 의미한다. 그것은 단순히 뛰어난 지능이나 학문적 지식을 넘어선다. 죄수의 기지는 제한된 자원과 정보를 바탕으로,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끈질기게 노력하는 실천적인 지혜에 가깝다. 작은 단서 하나라도 놓치지 않고, 주변의 모든 요소를 탈출의 도구로 활용하려는 냉철한 분석력과 비상한 상상력이 요구된다.

얼핏 보기에 하찮아 보이는 작은 기회나 단서를 간과하지 않고, 이를 최대한으로 활용하여 궁극적인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집요함은 좌절과 실패에도 굴하지 않고 끊임없이 방법을 모색하는 강인한 정신력을 바탕으로 한다.

자연은 때때로 혹독한 환경을 조성하여 생명체가 스스로를 방어하고 생존할 수 있는 능력을 극대화하도록 유도한다. 마찬가지로, 인간 사회의 다양한 억압과 도전은 개인에게 잠재된 천재성을 발현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모든 억압이 천재를 탄생시키는 것은 아니지만, 특정한 개인에게 가해지는 고난과 역경은 그들의 내면에 숨겨진 독창적인 사고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일깨우고, 기존의 틀을 벗어난 새로운 관점을 갖도록 만들 수 있다.

천재성이란 단순히 선천적인 재능이나 환경의 축복으로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극한의 상황 속에서 스스로를 구원하려는 강렬한 의지와, 작은 가능성조차 놓치지 않고 끈질기게 활용하는 인간의 기지에서 비롯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억압적인 현실을 극복하고자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하는 과정 속에서, 우리는 예상치 못한 창의적인 해법을 발견하고, 이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나갈 수 있다. 죄수의 절박함 속에서 빛나는 기지처럼, 우리 안의 잠재된 천재성은 끊임없는 도전과 그에 맞서는 끈질긴 노력의 과정을 통해 비로소 그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 아포리즘은 우리에게 안락함과 순탄함 속에서는 결코 발견할 수 없는 인간 능력의 위대함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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