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지함의 시대
니체(1844~1900)는 인류가 문화적으로 발전할수록 유머와 조소가 사라지는 현상을 예견했다. 18세기 볼테르(1694~1778) 시대는 결혼이나 종교와 같은 신성한 영역도 유머의 대상이 될 수 있었지만 19세기 후반인 그의 시대에는 유머가 통하지 않고, 비판하거나 희화시켜 풍자하는 것을 꺼린다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유머는 더 이상 자유로운 표현의 도구가 아니라, 신중하게 다뤄야 할 민감한 문제가 되었다. 유머를 하기 전에 다양한 사회적, 문화적, 정치적 맥락을 고려해야 한다. 인종, 성별, 종교, 정치적 성향 등에 대한 비하나 차별은 물론, 타인의 감정을 상하게 할 수 있는 어떠한 표현도 금기시된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히 유머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를 넘어, 우리 사회가 얼마나 민감해졌는지를 보여준다. 과거에는 유머를 통해 사회를 비판하고 풍자하며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었지만, 현재는 유머 자체가 하나의 위험 요소로 인식되고 있다. '웃자고 한 말을 죽자고 덤빈다'는 말이 있다. 가볍게 던진 말을 가볍게 대응 못하고 따져묻거 책임을 추긍하는 것처럼 당황스러운 일이 없다. 조금 가볍게 경직을 풀고 웃어넘길 줄 아는 여유가 필요한 시대다. 웃자. 웃고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