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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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 대한 점점 커지는 엄숙함 - 인간의 문화가 고양되면 될수록, 그만큼 많은 영역들이 농담과 조소에서 멀어진다. 볼테르는 결혼과 교회를 착안해 낸 것에 대하여 진심으로 하늘에 감사했다......지금 사람들은 원인을 묻는다. 진지함의 시대인 것이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Ⅰ』,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책세상, 2019. p.241)
인류의 문화가 발전할수록, 웃음과 조롱이 설 자리를 잃어간다. 18세기 계몽주의 시대에는 당시 대표적인 사상가 볼테르가 결혼과 종교라는 당대의 신성한 영역에 대해 농담을 던지고 조소를 보낼 수 있었던 자유로운 분위기였다. 그러나 19세기 후반 니체 시대에 이르러서는 사람들이 가볍게 웃어넘기기보다는, 모든 현상의 ‘원인’을 묻고 진지하게 접근하는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
오늘날, 유머는 더 이상 자유로운 표현의 영역이 아닌, 극도로 신중하게 다뤄야 할 ‘민감한 문제’로 격상되었다. 과거에는 사회의 부조리나 권력의 허점을 웃음으로 날카롭게 풍자하고 비판하며 변화를 이끌어내는 강력한 도구였지만, 현재의 유머는 자칫 ‘사회적 논란’이라는 거대한 파도를 일으킬 수 있는 위험 요소를 내포하게 되었다. 인종, 성별, 종교, 정치적 성향 등 다양한 사회적, 문화적 맥락을 고려하지 않은 유머는 순식간에 비난과 공격의 대상이 되며, 심지어 법적인 문제로까지 비화될 수 있다. 타인의 감정을 상하게 할 수 있는 어떠한 표현도 용납되지 않는 엄숙한 분위기가 사회 전반에 드리워져 있는 것이다.
과거에는 웃음으로 넘길 수 있었던 사소한 농담조차, 현재는 꼼꼼하게 따져 묻고 책임을 추궁하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웃자고 한 말에 죽자고 덤빈다’는 말처럼, 가볍게 던진 말에 대해 지나치게 심각하게 반응하고, 개인의 감정을 최우선으로 내세워 불편함을 호소하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부당한 차별이나 혐오 표현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해야 하지만, 모든 농담과 유머를 잠재적인 ‘공격’으로 간주하고 과도하게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은 사회 전체의 소통을 경직시키고 자유로운 표현의 영역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우리 사회는 점점 더 많은 영역에서 농담과 조소를 허용하지 않는 엄숙한 시대로 나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때로는 조금 가볍게 경직된 분위기를 풀고 웃어넘길 줄 아는 여유가 필요하다. 물론, 모든 상황에서 웃을 수만은 없겠지만, 지나치게 심각하고 방어적인 태도보다는 유머를 통해 서로 간의 벽을 허물고 긍정적인 관계를 만들어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웃자, 웃고 살자. 때로는 그 가벼운 웃음 한 번이 무거운 세상을 잠시나마 잊게 해주는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