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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기의 시대에서 살아남기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Ⅰ』

by 이시영

244. 광기의 이웃에서-신경력과 사고력의 과도한 자극이 일반적인 위험이 될 정도로, 감정, 지식, 체험의 총량 즉 문화의 전체적인 부담이 대단히 커져버렸다. 또한 유럽 국가들의 시민층은 모두 노이로제에 걸려, 거의 모든 대가족 중 한 구성원은 광기에 가까이 있다. 사람들은 오늘날 온갖 방법을 써 건강하기를 바란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Ⅰ』, 책세상, 2019. p.244)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 사회는 니체가 목격했던 시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방대한 정보와 자극의 소용돌이 속에 놓여 있다. 손 안의 작은 스마트폰 화면을 통해 우리는 실시간으로 전 세계의 뉴스를 접하고, 끊임없이 업데이트되는 소셜 미디어 피드를 스크롤하며, 수많은 광고와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에 노출된다. 이러한 정보의 홍수는 우리의 뇌를 쉴 새 없이 자극하고, 처리해야 할 데이터의 양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방대하다.


이는 단순한 정신적 피로감을 넘어, 만성적인 스트레스, 불안, 집중력 저하, 심지어 심각한 우울증과 같은 정신 질환으로 이어지는 주요 원인이 된다. 니체가 예견했던 ‘광기’는 더 이상 극소수의 불행한 이야기가 아니라, 과잉된 정보와 자극 속에서 균형을 잃고 신음하는 현대인들의 보편적인 고통으로 우리 곁에 드리워져 있다.


소셜 미디어는 개인의 개성을 드러내는 플랫폼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고 ‘좋아요’와 댓글이라는 피상적인 평가에 매몰되도록 부추긴다. 끊임없이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며 느끼는 열등감과 불안감은 정신 건강을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또한, 과도한 경쟁 사회 속에서 개인은 끊임없이 성과를 내고 인정받아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며, 이는 극심한 스트레스와 번아웃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니체가 경고했던 ‘광기의 이웃’은 바로 이러한 과잉된 자극과 억압적인 사회 구조 속에서 서서히 우리 안으로 스며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과도한 자극과 억압적인 사회 속에서 인간의 정신은 쉽게 병들 수 있으며, ‘광기’는 더 이상 먼 곳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잠재적인 이웃이 될 수 있다. 우리 스스로가 과잉된 자극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는 노력을 기울인다면, ‘광기의 이웃’의 그림자 속에서도 인간적인 존엄성을 지키며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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