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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있게 사는 삶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Ⅰ』

by 이시영

213.

무의미에서 느끼는 행복-행복이 있는 곳에는 거의 어디에나 무의미에 대한 기쁨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경험을 그 반대의 것으로, 합목적적인 것을 무목적적인 것으로, 필연적인 것을 임의적인 것으로 전환하는 것은 인간을 기쁘게 하며 게다가 이 과정이 아무런 해도 주지 않고 일시적인 즐거움으로만 나타나는 것은 더군다나 인간을 기쁘게 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우리가 통상적으로 우리의 무자비한 주인으로 느끼는 필연적인 것, 합목적적인 것, 경험적인 것의 속박에서 일시적으로 우리를 해방시키기 때문이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Ⅰ』,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김미기 옮김, 책세상, 2019. p.207)


나는 가끔 우리 삶이 너무나 예측 가능한 패턴과 정해진 결과들로 가득 차 있다는 생각을 한다. 아침에 일어나 밥을 먹고, 일을 하러 가고, 정해진 시간에 잠자리에 드는 일련의 행동들은 마치 정교하게 맞물린 기계의 톱니바퀴처럼 움직인다. 물리 법칙이나 사회적 규범과 같은 확실한 인과관계 속에서 우리의 행동은 일정한 결과를 예측하게 만든다. 이러한 질서와 예측 가능성은 때로 안정감을 주기도 하지만, 문득 쳇바퀴 도는 듯한 답답함과 벗어날 수 없는 속박감에 갇히게 만들기도 한다. 거대한 시스템의 부품처럼 느껴질 때, 개인의 자유로운 의지는 어디쯤에 있는 걸까 하는 질문이 떠오른다.

이이러한 필연적인 속박감에서 벗어나는 순간, 우리는 예상치 못한 자유와 즐거움을 경험하게 된다. 삶의 지혜는 목적 없이, 자유롭게 행동하며 해방감을 느끼고 싶어 하는 인간의 본능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빡빡한 업무 스케줄 속에서 잠시 벗어나 의미 없는 농담을 주고받거나, 진지한 회의 시간에 엉뚱한 상상을 펼치는 행위는 일상적인 목적과 필연성으로부터 일탈하는 일시적인 '무의미'의 경험이다. 이러한 순간, 우리는 짓눌렸던 긴장에서 벗어나 예측 불가능한 상황 속에서 자유로움을 느끼고, 억압되었던 창의성과 유머 감각을 발휘하며 즐거움을 만끽하게 된다.

이러한 '무의미'로부터 오는 행복은 일시적인 즐거움으로 그치며 아무런 해를 주지 않을 때 더욱 강렬해진다. 이는 우리가 현실의 책임과 의무로부터 완전히 도피하는 것이 아니라, 잠시 동안 그 무게를 내려놓고 가벼운 유희를 즐기는 데서 오는 만족감이기 때문이다. 마치 어린 시절, 아무런 의미 없는 낙서를 하거나 엉뚱한 놀이에 몰두하며 순수한 즐거움을 느꼈던 경험과 유사하다.

우리는 삶의 모든 영역에서 끊임없이 의미와 목적을 추구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때로는 아무런 의미 없는 행동, 비생산적인 유희, 예측 불가능한 상황 속에서 오히려 예상치 못한 행복과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다. 우리의 삶이 너무나 정교하게 짜인 계획표대로만 흘러간다면, 그 안에서 우연히 발견하는 소소한 기쁨이나 예측 불가능한 아름다움은 존재할 수 없을 것이다. 삶의 여정에서 잠시 멈춰 서서 주변을 둘러보고, 때로는 목적 없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자유로움을 만끽하는 여유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진정한 자유와 즐거움은 필연적인 속박을 깨부수는 데서 온다. 그것은 단순히 규칙을 어기는 것이 아니라, 삶의 모든 순간이 가진 잠재적 '무의미'를 긍정하고 그 속에서 예측 불가능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것이다. 당신은 오늘, 당신의 빡빡한 일상 속에서 어떤 '무의미'의 순간을 찾아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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