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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빛 Aug 13. 2024

서문

1

“삶은 도덕에 의해 창안된 것이 아니다. 삶은 기만을 원하며, 기만을 통해 유지된다....그렇지 않은가? 늙은 비도덕주의자며 새잡이꾼인 나는 늘 해왔던 일을 이미 되풀이하여 다시 시작하고 또하고 있다.-그리고 ‘선악의 저편’에서 비도덕적이고 탈도덕적으로 말하고 있지 않은가. (p.11)”


니체는 자유로운 사고를 위해서는 도덕이라는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사회가 정해놓은 옳고 그름이라는 기준에 의문을 품고 스스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현대 사회가 도덕이라는 이름으로 개인의 자유로운 사고를 억압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이러한 억압에서 벗어나야 진정한 자유를 얻을 수 있다고 보았다.     


모든 가치는 시대와 환경에 따라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기준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는 단순히 도덕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비판적인 시각을 통해 기존의 가치관을 재검토하고, 스스로의 가치관을 형성하도록 촉구하고 있다. 선은 좋은 것이고 악은 나쁜 것이라는 고정불변의 진리로 믿고 살아온 나에게 그의 선도 악도 존재하지 않은 지점으로 생각을 바꾸라는 것은 정말..획기적이다.



2

 “나에게는 나쁜 상황들(질병, 고독, 타향, 무관심, 무위) 속에서도 좋은 기분을 유지하기 위해 지껄이거나 웃고 싶으면 함께 지껄이고 웃다가 싫증나면 내버릴 수 있는 믿음직한 동료와 환영으로-즉 친구가 없는 데 대한 보상으로 자유정신들이 동반자로 필요했다.(p.11)”     


니체는 힘든 상황 속에서도 긍정적인 마음을 유지하기 위해 철학이라는 든든한 동반자가 필요했다. 힘든시기에 친구를 찾듯이, 니체는 철학을 통해 위로와 힘을 얻고자 했다. 그에게 철학은 마치 믿음직한 친구처럼 곁에서 함께하며 위로하고 격려해주는 역할을 했다.     


평생 지독한 병에 시달리느라 힘들었을 그는 철학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고 고독을 극복해나가는 모습을 상상하게 한다. 그 모습은 인생이라는 여정을 결국 혼자 걸어가야 한다는 깨달음에서 비롯된 것일 것이다. 신이나 가족, 친구 등 누구도 자신의 삶을 대신 살아줄 수 없으며, 고통에서 완전히 해방시켜 주지도 않는다. 결국 자신의 삶은 스스로 개척하고 책임져야 하는 것이다. 죽을만큼 힘들어도 내 삶은 내가 살아가야 한다는 그의 외침이 들리는 것 같다.     

  


3

"여기서 사느니 차라리 죽어버리겠다." - 이렇게 단호한 목소리와 유혹이 울려퍼진다. '여기' 그리고 '집에'라는 말은 그가 지금껏 사랑해온 모든 것을 의미한다! (p.13)......모든 가치를 뒤집을 수는 없는 것일까? 선은 악이 아닐까? 신은 악마의 발명품이 아닐까? 궁극적으로 모든 것은 허위가 아닐까? 우리가 속았다면, 그 때문에 우리는 동시에 속이는 자가 아닐까? 우리는 속이는 사람이 되어야만 하지 않을까?(p.14)  ”     


그의 “여기서 사느니 차라리 죽어버리겠다” 는 거의 절망적이다. 기존의 가치체계에 반기를 드는 것은 그만큼 치명적인 것이다. “여기”는 공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온 방식, 가치관, 모든 사물과의 관계 등을 포함한다. 그는 기존의 도덕과 종교적 가치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그것은 기존의 가치체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삶의 방식을 모색하려는 의지이기도 하다.  니체의 질문은 단순한 의문이 아니라, 우리가 왜 살고 무엇을 믿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이자, 우리에게 삶의 본질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나는 지금의 안정된 삶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직장에서 성공하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남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고 싶어 한다. 하지만 니체의 철학은 나에게 ‘정말 이렇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것 같다. 마치 자유롭게 생각하고 행동하지 않으면 위태롭다는 경고처럼 들리기도 한다. 지금처럼 안전한 삶을 살 것인지, 아니면 위험한 새로운 길을 모색할 것인지.  


4

“‘자유정신’-이 차가운 단어는 이러한 상태에 있을 때 편안하며 따뜻하다. 사람들은 더 이상 사랑과 증오의 속박에서 사는 것이 아니라, 긍정도 부정도 않으며 마음대로 가까이 가고 멀어지며, 기꺼이 도주하고 피해다니며 날아다니고 사라지거나 높이 날아오르며 산다. 사람들은 자신 가운데서 엄청난 다양성을 본 적이 있는 사람처럼 변한다.” (p.15)      


자유로운 정신이라는 말은 처음 들으면 딱딱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이런 상태를 경험해 보면 따뜻하고 편안하다. 사람들은 더 이상 사랑하거나 미워하는 감정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살아간다. 마치 새처럼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듯이, 인생을 더욱 유연하게 살아간다. 이렇게 자유로운 삶을 살다 보면, 내 안에 다양한 모습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나는 종종 '이 사람은 좋은 사람이다, 저 사람은 나쁜 사람이다'라고 단정 짓곤 한다. 하지만 사람은 복잡하고 다면적이기 때문에, 한 가지 기준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자유로운 정신은 이러한 단순한 판단을 넘어서, 사람들을 다각도로 바라보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나는 사랑과 미움이라는 강렬한 감정에 휩싸여 때로는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나의 기준에 맞추려고 애를 쓴다. 자유로운 정신은 감정의 굴레에서 벗어나, 진정한 관계를 형성하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5

“한 단계 더 회복되면,.....그는 감사하며 뒤를 돌아본다-자신의 방랑과 고집, 자기소외, 자신이 차가운 하늘을 새처럼 날며 멀리 보았던 것에 감사하며 그가 나약하고 우둔한 게으름뱅이처럼 언제나 '집에', 언제나 '제정신으로' 머물러 있지 않았던 것은 얼마나 잘한 일인가 ! (p.17)”      


지독하게 병을 앓고 난 후에는 오히려 병을 앓았던 시간들을 고마워하게 된다. 질병을 통해 새로운 시각을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마치 높은 하늘을 날며 사냥감을 찾는 독수리처럼, 혼자만의 고독과 방황을 통해 자유로운 정신으로 가는 길에 들어선 것이다. 이제 ‘여기에’ 머물지 않았던 것, 안락한 둥지에서 잠들지 않은 것이 잘한 것이라는 확신이 생긴다.     


요즘 여행은 5성급 호텔에서 뷔페를 먹고 정해진 코스대로 관광지를 돌아보는 패키지 여행이 대부분이다. 물론 사람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지만, 나는 가끔 혼자 여행을 떠나 조용히 나를 돌아보고 싶다.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 새로운 생각을 정리하고, 낯선 환경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며 성장하고 싶다. 이렇게 할 경우 정해진 틀에 머물지 않게된 것에 고마워할 것이라는 니체의 전언이다.     



6

 “너는 너의 주인이며 동시에 네 자신의 미덕의 주인이 되어야만 했다. 과거에는 미덕이 너의 주인이었다 ; 그러나 그 미덕은 다른 도구들과 마찬가지로, 오로지 너의 도구여야 한다. ......-이제 자유 정신은 어떤 '너는 해야한다'에 자신이 복종해왔는지, 그리고 이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비로소 무엇을 해도 좋은지를 알고 있다. 그러니 그만 이것으로 충분하다.(p.18).      


"너는 너 자신을 넘어서야 한다. 과거에 너를 길들인 미덕이라는 짐을 벗어던지고, 너만의 가치를 창조하라. 너는 더 이상 무리 속의 한 마리 양이 아니다. 이제 너는 '해야 한다'라는 노예의 굴레에서 벗어나 '원한다'라는 주인의 외침을 따라 살아갈 것이다. 너는 자신의 삶의 주인공이며, 스스로 인생의 방향을 결정할 수 있다.“     


기존의 도덕적 가치기준에 순응하지 말라는 것이다. 남들에게 보여지는 삶은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깨닫는다면 남들이 보기에 보잘 것 없는 삶이라도 내가 살아있음과 내 존재가 삶의 목적이라는 것을 깨우칠 수 있다는 니체의 외침이다.     



7

“우리 삶의 정오에서야 비로소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우리가 어떻게 ‘인간’이라 불리는 저 내면세계의 모험가이며 세계 항해자로 또 동시에 모든 ‘좀더 높은 것’과 ‘아래 위에 있는 것’을 측정하는 사람으로-여기저기로 들어가 아무런 두려움 없이, 아무것도 소홀히 여기거나 내버리지 않고 모든 것을 맛보며 모든 것을 우연에 의해 정화하면서 즉 걸러가면서 가장 다양하고도 가장 모순되는 곤경과 행복의 상태를 영혼과 육체로 경험해야 했었던가를 비로소 이해하게 된다.(p.19)”      


한낮의 정오에는 그림자가 없듯, 고독과 고뇌라는 그림자가 사라진 후 즉 힘든 시간이 지난후에는 비로소 우리는 내면 세계를 탐험하는 모험가이자 세상을 떠도는 항해자가 되어, 삶의 모든 경험을 통해 자신을 깊이 이해하고 인생이라는 바다를 항해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현재의 고통과 어려움 속에서도 기존의 가치관에 의문을 품고 자신만의 가치 체계를 구축하는 과정은 자유로운 정신으로 나아가는 필수적인 단계이다. 깊이 있는 고독을 통해 얻은 통찰은 사소한 감정에 흔들리지 않는 넓은 시야를 제공할 것이다. 고독한 시간, 외로운 시간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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