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 찬성과 내적 일관성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

by 이시영

548. 당의 지도자를 위한 암시 – 사람들로 하여금 어떤 일에 대하여 공적으로 찬성을 표명하게 할 수 있다면, 대부분의 경우 내적으로도 그것에 대하여 찬성을 표명하도록 했던 것이다. 그들은 그 후부터 일관성이 있는 것처럼 보이고 싶어한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책세상, 2020. p.407)


우리는 흔히 자신의 내면적 신념에 따라 행동한다고 생각하지만, 니체는 그 반대의 경우도 많다고 말한다. 어떤 일에 대해 공개적으로 찬성한다는 의사를 표명하면, 그 후에 자신의 내면까지도 그 방향으로 맞춰가려는 심리가 생긴다는 것이다. 즉, '일관성이 있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 하는 인간의 욕망이 우리의 내면을 형성하는 강력한 동기가 된다.


몇 년 전, 부서 회의에서 새로운 정책 추진에 대해 토론이 벌어졌다. 솔직히 나는 그 정책에 대해 반신반의했지만, 상사와 다른 동료들이 찬성하는 분위기였기에 나도 모르게 공개적으로 찬성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일단 '찬성'이라는 말을 내뱉은 후, 나의 태도는 달라졌다. '내가 찬성했으니, 이 정책은 좋은 것이어야 한다'고 스스로를 설득하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그 정책의 단점보다는 장점을 더 크게 보려 노력했고, 나중에는 진심으로 그 정책이 성공할 것이라고 믿게 되었다. 이처럼 내면의 생각과 외부의 행동을 일치시키려는 인간의 본능적인 욕구가 나의 신념을 만들어냈다.


니체는 이러한 일관성에 대한 욕망이 때로는 위험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우리는 자신의 내면이 실제로 무엇을 원하는지 숙고하는 대신, 이미 외부에 드러낸 자신의 모습에 맞추려 애쓰게 된다. 이는 스스로에게 진실해지지 못하고, 끊임없이 자신을 속이는 위선적인 삶으로 이어질 수 있다. '나는 이미 이렇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한 후에는, 그 선언의 틀 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함정에 빠지는 것이다.


나의 신념은 내면에서 우러나온 것인가, 아니면 외부에 대한 일관성 유지의 결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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