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
546. 예외적으로 허영심에 차 있는 – 보통 자기를 절제할 줄 아는 사람이 육체적으로 병에 걸리게 되면, 예외적으로 허영심에 차게 되며 평판과 칭찬에 대해 민감해진다. 그가 자신을 상실해가는 정도만큼 그는 다른 사람의 의견 즉 외부에서 다시 자신을 되찾으려고 노력해야 한다.(『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책세상, 2020. p.406)
우리는 건강할 때 자신의 몸과 마음을 온전히 통제한다고 생각한다. 규칙적인 생활과 절제를 통해 '나'라는 존재를 굳건히 세워간다. 하지만 병에 걸리는 순간, 이 모든 것이 무너진다. 통제할 수 없는 고통과 무기력함 속에서 우리는 스스로가 '온전한 나'가 아니라고 느끼게 된다. 이때, 평소에는 무시했던 타인의 의견과 칭찬이 갑자기 중요해지기 시작한다. 자신의 내면에서 자신을 잃어가기에, 외부에서라도 자신을 되찾으려 애쓰는 것이다.
평소에는 타인의 평가에 전혀 신경 쓰지 않던 사람이 병에 걸린 후, 병문안 온 사람들에게 자신의 병세를 과장하여 말하거나, 작은 위로에도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있다. "나는 이렇게 아픈 와중에도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있다"며 자신의 모습을 끊임없이 증명하려 하기도 한다. 이러한 행동은 단순히 관심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나는 아직도 가치 있는 사람이다'라는 것을 타인의 인정이라는 거울을 통해 확인하려는 절박한 시도이다.
니체는 병든 사람이 '자신을 상실해가는 정도만큼' 외부에서 자신을 되찾으려 노력한다고 말한다. 육체의 고통이 깊어질수록, 우리의 자아는 점점 더 희미해진다. 이때, 우리는 칭찬과 동정을 통해 '나는 여전히 중요한 존재'라는 느낌을 받으려 한다. 타인의 시선 속에서 자신을 긍정적으로 재구성함으로써, 병이라는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자신의 존재 의미를 지켜내려 애쓰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허영심은 진정한 의미의 자신을 되찾는 길이 될 수 없다. 외부의 평가는 일시적인 위안만을 줄 뿐, 육체와 정신의 근본적인 상실감을 치유해주지는 못한다. 허영심에 의존하는 순간, 우리는 타인의 시선이라는 감옥에 갇히게 되고, 병에서 회복되더라도 진정한 자신을 마주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자신의 나약함을 인정하고, 그 속에서도 자신만의 가치를 발견하려는 용기가 필요하다. 자신을 되찾는 길은 외부의 칭찬과 허영심이 아니라, 오롯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성찰에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