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없는 것에 대한 위로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

by 이시영

559. 친구가 없는 것 - 친구가 없는 것은 질투와 자만심 때문이라고 추정된다. 많은 사람들은 단지 그가 질투할 아무런 근거도 가지고 있다는 다행스러운 상황 덕으로 친구를 가지고 있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책세상, 2020. p.410)


우리는 ‘친구’라는 단어에 무거운 의미를 부여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친구가 많다는 것은 곧 그 사람의 사회성과 인품을 증명하는 훈장처럼 여겨진다. 반대로 친구가 없거나 적은 사람은 어딘가 모나거나, 오만하거나, 혹은 사회적으로 결함이 있는 사람으로 치부되기 십상이다.


이러한 통념에 프리드리히 니체는 망치를 휘두른다. 그는 친구가 없는 것이 ‘질투와 자만심 때문’이라는 세간의 추측을 인정하면서도, 교묘하게 그 의미를 뒤집는다. 수많은 사람들이 친구를 가질 수 있는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그가 질투할 아무런 근거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다행스러운 상황 덕분이라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나의 인간관계가 흔들렸던 순간들은 대부분 내가 무언가에 열중하여 작은 성취를 이루거나, 기존의 안락한 세계에서 벗어나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을 때와 맞물려 있었다. 처음에는 그들의 침묵과 미묘한 거리감을 이해할 수 없었다. 내가 변했다고, 과거와 달라졌다고 말하는 그들의 목소리에서 서운함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니체의 말을 빌리자면, 그들은 나의 ‘자만심’을 본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더 이상 편안하게 머무를 수 없는 ‘질투의 근거’를 발견했을지도 모른다. 나의 성장은 그들에게 불편한 거울이 되었고, 그 거울을 깨뜨리는 대신 거리를 둔 것이라는 니체의 해석이다.


친구의 숫자로 나의 가치를 증명하려 애쓰기보다, 질투의 가능성마저 끌어안고 서로의 탁월함을 응원해 줄 수 있는 단 한 명의 ‘적’과 같은 친구를 만드는 편이 가치 있는 일이다. 그런 친구를 아직 만나지 못했다면, 기꺼이 홀로 걸어갈 용기도 필요하다. 니체의 말대로, 때로는 친구가 없다는 사실은 나만의 길을 걷고 있다는 증거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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