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
561. 다른 사람을 본보기로 하여 - 좋은 실례를 제시하고자 하는 사람은 아주 약간의 어리석음을 자신의 덕에 첨가해야 한다 : 그러면 사람들은 그것을 모방하고 동시에 그 모방한 것에서 벗어나게 된다-이것이 사람들이 좋아하는 일이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책세상, 2020. p.410)
인간은 성장을 위해 본보기를 찾고, 흔히 흠결 없는 완벽함을 그 이상적인 모델로 삼는다. 우리는 압도적인 능력과 빈틈없는 덕성을 갖춘 인물을 동경하며, 그를 모방함으로써 자신 또한 발전할 수 있다고 믿는다.
지나친 완벽함은 영감의 원천이 되기보다 심리적 거리감과 좌절감을 유발한다. 이는 완벽한 대상이 숭배의 대상은 될 수 있으나, 동일시를 통한 학습의 대상이 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내가 처음 공직에 입문했을 때 만났던 한 사무관은 모든 면에서 완벽에 가까웠다. 그의 막힘없는 업무 처리와 논리정연한 보고서는 경외심을 불러일으켰지만, 동시에 결코 도달할 수 없는 이상처럼 느껴졌다. 이러한 완벽함은 따르고자 하는 의지를 마비시키고, ‘나는 결코 저렇게 될 수 없다’는 무력감을 낳는다. 즉, 완벽함은 우리를 이끄는 다리가 아니라, 다가오지 못하게 막는 투명한 벽을 세움으로써 관계의 단절과 심리적 소외를 야기하는 것이다.
니체가 말한 ‘아주 약간의 어리석음’은 완벽의 벽을 허무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여기서 ‘어리석음’이란 도덕적 결함이 아닌, 인간적인 약점이나 사소한 실수를 의미한다. 앞서 언급한 완벽한 사무관에게는 놀라울 정도로 길을 찾지 못하는 의외의 허점이 있었다. 그가 청사 안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모습을 목격한 순간, 그는 비로소 비현실적인 이상이 아닌, 나와 같은 인간으로 다가왔다. 이러한 ‘인간적인 틈’은 상대방을 향한 심리적 장벽을 허물고, “저런 대단한 사람도 약점이 있구나”라는 안도감과 동질감을 형성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는 비로소 상대를 모방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심리적 안정감과 용기를 얻게 된다.
사람들은 역할 모델의 ‘어리석음’을 인지할 때, 그의 장점은 흡수하면서도 단점은 답습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더 나아가, 그 단점을 자신의 강점으로 보완하려는 시도를 통해 단순한 복제품이 아닌 독립적인 주체로 거듭난다.
타인에게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진정한 ‘본보기’는 자신의 완벽함을 증명하는 존재가 아니라, 기꺼이 자신의 인간적인 약점을 드러낼 줄 아는 존재이다. 니체의 아포리즘은 완벽함이 오히려 고립을 낳고, 사소한 흠결이 공감과 소통의 문을 열어 타인의 주체적 성장을 이끄는 역설을 보여준다. 좋은 스승과 리더의 역할은 자신과 똑같은 복제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디딤돌 삼아 더 멀리 나아갈 수 있도록 격려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가장 현명하고 강력한 영향력은 계산된 완벽함이 아닌, 용기 있는 불완전함 속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