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비난에서 자유롭기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

by 이시영

562. 표적이 되는 것ㅡ 흔히 우리에 대한 다른 사람의 나쁜 평은 실제로 우리에게 들어맞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다른 이유들에서 나오는 분노와 불쾌감이 표명된 것이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책세상, 2020. p.410)


우리는 타인의 시선 속에서 살아간다. 칭찬 한마디에 하루가 빛나고, 비난 한마디에 마음이 무너져 내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특히 그것이 나를 향한 날카로운 비판이나 험담일 때, 우리는 쉽게 자신을 의심하고 자책의 늪에 빠진다. ‘정말 내가 그런 사람일까?’, ‘무엇을 잘못한 걸까?’라는 질문들이 머릿속을 맴돌며 우리를 괴롭힌다.


니체의 말은 타인의 비난이 종종 ‘투사(projection)’의 한 형태라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해결되지 않은 문제, 내면의 불안, 스트레스, 열등감 등을 가장 손쉬운 대상에게 던져버리곤 한다. 이때 우리는 그들의 감정 쓰레기통, 즉 ‘표적’이 된다. 직장에서 상사에게 심하게 질책을 당한 사람이 집에 돌아와 배우자에게 사소한 일로 화를 내는 경우가 그렇다. 그의 분노는 배우자의 행동 때문이 아니라, 직장에서 받은 모멸감을 해소할 출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직장 상사에게는 차마 드러내지 못했던 분노와 불쾌감이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배우자에게로 향한 것이다. 이때 배우자는 그저 우연히 그 자리에 있던 표적일 뿐, 비난의 실제 원인과는 무관하다.


몇 년 전, 함께 근무했던 상급자는 매사에 나에게 호통을 치고 비난했었다. 그는 나의 능력이 부족하다고 폄하했고, 나의 업무 처리 방식이 비효율적이라며 직원들 앞에서 면박을 주기도 했다. 처음에는 내 능력이 부족한 탓이라 생각하며 자책감에 시달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그를 멀리서 지켜보면서 깨닫게 된 사실이 있다. 그는 당시 극심한 승진 스트레스와 자신의 성과에 대한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는 누구보다 인정받고 싶어 했지만, 현실이 따라주지 않자 그 불안감을 주변에서 가장 위협적이지 않다고 판단한 나에게 쏟아냈던 것이다. 나의 존재나 능력이 문제가 아니라, 그의 마음속에 도사리고 있던 ‘분노와 불쾌감’이 나를 표적으로 삼았을 뿐이다.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나를 짓누르던 무거운 돌덩이가 사라지는 듯한 해방감을 느꼈다.


우리는 타인의 시선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하지만 그 시선이 언제나 정확한 것은 아님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누군가 당신을 향해 날카로운 말을 던질 때, 그것이 당신의 심장을 관통하기 전에 잠시 생각해보자. 어쩌면 그 화살은 당신을 향한 것이 아니라, 화살을 쏜 사람 자신을 향해 울부짖는 소리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감정적 혼란에 대한 표적이 되기를 거부할 권리가 있다. 그들의 분노와 불쾌감은 그들의 몫으로 남겨두고, 우리는 그저 우리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면 된다. 그렇게 우리는 타인의 평가로부터 나를 지키고, 온전한 자기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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