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족이라는 갑옷의 허점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

by 이시영

569. 자기만족 - 자기만족이라는 '금으로 된 양 모피‘는 매질은 막아 내지만, 바늘로 찌르는 것은 막지 못한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책세상, 2020. p.412)


'금으로 된 양 모피'를 두른 사람, 즉 자기만족이 강한 사람은 큰 위기 앞에서 오히려 더 당당해 보인다. 중요한 프로젝트가 실패로 돌아가거나, 공개적인 자리에서 거센 비판을 받아도 "시대를 너무 앞서갔을 뿐"이라거나 "그들은 나를 이해하지 못해"라며 어깨를 으쓱한다. 그들의 거대한 자의식은 웬만한 '매질', 즉 크고 명백한 실패나 비난을 튕겨내며 자신의 가치를 지키는 훌륭한 방어막 역할을 한다. 그들에게 외부의 공격은 오히려 자신의 우월함을 재확인하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재개발 정책에 대한 확고한 신념으로 유명한 작은 도시의 시장이 있었다. 그는 자신의 정책이 지역 언론이나 시의회의 거센 비판을 받아도 "우리 시의 미래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며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의 자기만족은 그 어떤 '매질'도 막아낼 것처럼 견고해 보였다. 하지만 어느 날, 실무 회의에서 한 신입 주무관이 보고서의 사소한 통계 수치 오류를 조심스럽게 지적했을 때, 그의 얼굴은 순식간에 굳어졌다. 그는 그 직원의 지적을 인신공격처럼 받아들이며 논점을 흐렸고, 그날 내내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다. 시 전체의 비난이라는 몽둥이질은 견뎌냈지만, 날카로운 '바늘' 하나가 그의 갑옷을 꿰뚫어 버린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큰 비난이나 실패는 외부의 공격으로 규정하고 자신의 책임이 아니라고 외면하기 쉽다.

하지만 작고 날카로운 지적, 무심코 던지는 농담, 미묘한 무시의 눈빛 같은 '바늘'은 내면의 가장 깊은 곳에 숨겨둔 불안감을 직접적으로 건드린다. 그것은 '혹시 내가 생각하는 만큼 대단한 사람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스스로도 애써 외면해온 의심의 씨앗을 자극한다.

금빛 갑옷 아래 감춰진 연약한 속살이 드러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진짜 강함은 어떤 공격도 막아내는 단단함이 아니라, 상처를 입어도 부서지지 않는 유연함에서 나온다.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작은 비판에도 귀 기울일 줄 아는 겸손함이야말로 그 어떤 바늘에도 뚫리지 않는 가장 튼튼한 갑옷일지 모른다. 우리는 금빛 양털옷을 입고 작은 바늘에 벌벌 떠는 허약한 존재가 될 것인가, 아니면 상처 입을 용기를 가진 진정으로 강한 사람이 될 것인가. 그 선택이 우리의 내면을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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