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를 적으로 만들지 않는 법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

by 이시영

576. 개인적인 영향의 위험ㅡ 다른 사람에게 내적인 영향을 크게 미치고 있다고 느끼는 사람은 그에게 완전히 고삐를 풀어주고, 게다가 때에 따라서 저항도 기꺼이 봐주며 그것을 이끌어 주기도 해야 한다 : 그렇지 않으면 그는 어쩔 수 없이 한 사람의 적을 만들게 될 것이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책세상, 2020. p.414)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 아끼는 후배에게 기꺼이 길잡이가 되어주고 싶어 한다. 내가 먼저 겪었던 시행착오를 그들은 겪지 않기를 바라는 선한 마음에서, 우리는 조언하고, 이끌어주고, 때로는 그들의 삶에 깊이 개입한다.


이 아포리즘은 선의로 가득 찬 통제가 어떻게 상대를 적으로 돌아서게 만드는지에 대한 통찰이다. 아무리 좋은 의도라 할지라도, 누군가 계속해서 나의 길을 정해주고 판단을 대신해준다면, 그것은 점차 보이지 않는 감옥이 된다. ‘나’라는 고유한 존재가 설 자리를 잃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의 아바타가 되어가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 이때 ‘저항’은 단순히 반항이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필사적인 몸부림이다. 나의 생각, 나의 선택을 존중받고 싶다는 외침인 것이다. 이 저항을 억누르려 할 때, 우리의 선의는 상대에게 폭력으로 받아들여지고, 결국 우리는 그의 ‘적’이 되고 만다.


유독 자녀 교육에 열성적인 친구가 있다. 그녀는 아이의 재능을 일찍부터 발견해 최고의 교육 환경을 제공해주고 싶어 했다. 아이의 학원 스케줄부터 친구 관계, 심지어 읽을 책까지 모든 것을 세심하게 관리했다. 친구의 모든 행동은 “다 너를 위해서”라는 사랑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하지만 아이가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둘의 관계는 급격히 틀어지기 시작했다. 아이는 부모 몰래 학원을 빠지고, 추천해준 책은 쳐다보지도 않았으며, 사사건건 부모의 의견에 반기를 들었다. 친구는 “내 모든 것을 바쳐 키웠는데, 아이가 나를 원수처럼 대한다”며 깊은 상처를 받았다. 아이에게 엄마의 완벽한 계획은 숨 막히는 족쇄였고, 그 족쇄를 끊어내기 위해엄마를 적으로 만들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니체가 말하는 해법은 ‘고삐를 풀어주고 저항을 환영하는 것’이다. 이는 방임과는 다르다. 상대방이 스스로 선택하고 때로는 실패할 수 있는 자유를 주는 것이다. 그가 나와 다른 의견을 제시할 때, 그것을 나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이는 대신, 그가 독립적인 존재로 성장하고 있다는 건강한 신호로 반겨주는 것이다. “네 생각은 어때?”라고 물어주고, 그의 서툰 선택을 지지해주며, 넘어져도 스스로 일어날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것. 이것이 진정한 영향력이다.


타인에 대한 가장 위대한 영향력은 아이러니하게도 그를 완전히 자유롭게 놓아주는 데서 완성된다. 나의 지도를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는 독립적인 존재로 그가 성장했을 때, 비로소 나의 영향력은 성공한 것이다. 통제하려는 욕심은 상대를 적으로 만들지만, 자유를 주는 신뢰는 평생의 동반자를 얻게 한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삶의 척추를 세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