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
589. 하루의 첫 생각ㅡ 하루하루를 잘 시작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은 눈을 뜨면 그날 적어도 한 사람에게 한 가지 즐거움을 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하여 생각하는 일이다. 만약 이것이 기도의 종교적 습관에 대한 대제물로 간주될 수 있다면, 이웃 사람들은 이 변화에서 이득을 보게 것이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책세상, 2020. p.418)
'신은 죽었다'고 선언하며 기존의 모든 가치를 전복시키려 했던 철학자 니체. 그의 이름 앞에는 늘 '허무주의', '초인'과 같은 거대하고 때로는 파괴적인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하지만 그런 그가 하루를 가장 잘 시작하는 방법으로 지극히 따뜻하고 실천적인 제안을 건넨다. 바로 "눈을 뜨면 그날 적어도 한 사람에게 한 가지 즐거움을 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하여 생각하는 일이다." 이 소박한 생각 하나가 종교적인 기도를 대체할 수 있으며, 그 이득은 신이 아닌 바로 우리의 이웃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한다.
나는 보통 아침에 눈을 뜨면 무엇을 생각하는가. 대부분은 그날 처리해야 할 업무, 해결해야 할 문제, 개인적인 걱정거리 등 '나'를 중심으로 한 생각들로 하루를 시작하곤 한다. 이런 생각들은 종종 나를 불안하게 만들고, 하루를 무거운 의무감 속에서 시작하게 한다. 니체의 제안은 바로 나의 이런 생각의 방향을 180도 바꾸는 데서 시작한다. 나의 걱정이 아닌 타인의 즐거움을 먼저 생각하는 것. 이는 자기중심적인 사고의 궤도에서 벗어나 의식적으로 시선을 바깥으로 돌리는 훈련이 된다. '오늘 누구를 기쁘게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은 그 자체로 나의 하루 목적을 이기적인 성취가 아닌 이타적인 관계 맺기 위에 세워준다. 이 작은 생각의 전환은 하루 전체의 분위기를 결정짓는 중요한 첫 단추가 된다. 하루를 의무가 아닌 선물과 나눔의 관점으로 시작하게 만드는 것이다.
니체는 이 습관이 '기도의 종교적 습관에 대한 대체물'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는 그의 철학에서 매우 중요한 지점이다. 전통적인 기도는 보이지 않는 절대자를 향해 개인의 구원이나 소망을 비는 행위다. 그 관계는 수직적이며, 보상은 내세에 주어지거나 지극히 개인적인 형태로 나타난다. 하지만 니체가 제안하는 '하루의 첫 생각'은 신이 아닌 바로 우리 곁의 '이웃'을 향한다. 그 관계는 수평적이며, 그 결과는 '한 가지 즐거움'이라는 즉각적이고 구체적인 형태로 나타난다. 여기서 '이득을 보는' 주체는 신이나 사제가 아니라 평범한 이웃 사람들이다. 이는 추상적이고 초월적인 가치를 땅 위의 구체적이고 인간적인 관계로 끌어내리는 니체 철학의 핵심을 보여준다. 삶의 의미를 먼 곳에서 찾지 않고, 바로 오늘 내가 맺는 관계 속에서, 내가 줄 수 있는 작은 기쁨 속에서 발견하라는 것이다.
이 제안이 위대한 이유는 그것이 거창한 희생이나 영웅적인 행동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니체는 '적어도 한 사람에게', '한 가지 즐거움'이라고 말하며 실천의 문턱을 최대한 낮춘다. 따뜻한 인사 한마디, 작은 칭찬, 잠시 상대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누구나, 매일 실천할 수 있는 이 작은 행동들이 모일 때, 세상은 거대한 이념이 아니라 구체적인 따뜻함으로 채워진다. 타인에게 즐거움을 주는 행위는 역설적으로 자기 자신에게 가장 큰 삶의 의미와 충만감을 되돌려준다. 나의 작은 행동이 누군가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은 우리를 무력감과 허무주의로부터 구출하는 가장 강력한 힘이 된다.
니체는 낡은 가치를 부순 자리에, 인간의 삶을 더 건강하고 의미 있게 만들 새로운 습관을 제안한다. 아침에 눈을 떠 타인의 즐거움을 먼저 생각하는 것. 이 작고 구체적인 실천이야말로 거창한 구호나 추상적인 믿음보다 우리 자신과 이웃의 삶을 실질적으로 풍요롭게 만드는, 가장 현실적인 사랑의 기술이자 가장 인간적인 기도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