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
595. 불쾌하게 함으로써 남의 마음에 드는 것 - 오히려 눈길을 끌려고 하면서 남을 불쾌하게 하는 사람들은, 눈길을 끌지 않고 남의 마음에 들고 싶어하는 사람들과 같은 것을 열망한다. 다만 훨씬 더 강렬하게 그리고 간접적으로, 외견상 그 목표에서 벗어난 것처럼 보이는 한 단계를 통하여 열망한다. 그들은 영향력과 힘을 원하고 있으며, 따라서 그들의 우월감이 불쾌하게 느껴질 정도로 스스로 그들의 우월성을 드러내 보인다. 왜냐하면 마침내 힘을 획득한 사람은 그가 행하고 말하는 거의 모든 것이 남의 마음에 들게 되고, 그가 불쾌하게 할 때조차도 남의 마음에 드는 것처럼 보인다는 사실을 그들은 알고 있기 때문이다. - 자유정신도 신앙을 가진 사람도 언젠가는 한번 남의 마음에 들기 위해 힘을 원한다. 그들이 자신의 이론 때문에 불운, 박해, 감옥, 처형의 위협을 받는다면, 그들은 자신의 이론이 이러한 방식으로 인류에게 기억되고 감명을 준다는 생각으로 기뻐한다. 그들은 힘을 획득하기 위하여 효력이 늦게 발휘되고 고통스럽지만 강력한 수단을 받아들인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책세상, 2020. p.421)
일반적으로 다른 사람의 마음에 들기 위해서는 친절하고 상냥하게 행동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니체는 일부러 남들을 불편하게 만들고 때로는 거부감을 일으켜서 강력하고 깊은 인정을 얻으려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사람들은 평범한 호감을 넘어선 ‘힘’을 갈망한다. 그들은 자신의 우월함이나 남다른 비전을 과시함으로써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강제로 끌어당긴다. 당장은 그들의 태도가 오만하고 불쾌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행동은 사람들에게 ‘저 사람은 뭔가 다르다’는 잊을 수 없는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그들은 일단 사회적으로 강력한 힘이나 영향력을 얻게 되면, 과거의 모든 불쾌한 행동조차 매력이나 카리스마로 재평가된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이것이 니체가 말한 “힘을 획득한 사람은 그가 불쾌하게 할 때조차도 남의 마음에 드는 것처럼 보인다”는 현상이다. 성공이라는 결과가 과정을 정당화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 예술가가 독선적인 태도로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하더라도, 그가 위대한 작품을 만들어내면 그의 까다로운 성격은 ‘천재의 예민함’으로 포장된다. 마찬가지로, 한 리더가 독단적으로 프로젝트를 밀어붙여 큰 성공을 거두면, 그의 고집은 ‘시대를 앞서간 비전’으로 칭송받는다. 결국 그들이 보여준 불쾌함은 더 위대한 인정을 얻기 위한 효과적인 수단이 된 셈이다.
인간의 인정 욕구는 매우 복잡하고 때로는 역설적인 방식으로도 나타난다. 어떤 사람의 거칠고 불쾌한 행동 이면에는 평범한 인정을 넘어, 세상을 움직이고 싶은 거대한 열망이 숨어있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