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받을 결심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

by 이시영

605. 자유로운 생각들에서의 위험한 것 - 가볍게 자유로운 생각들과 접촉해도 일종의 가려움과 같은 자극이 있다. 사람들이 그 자극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그 자리를 문지르기 시작한다. 마지막에 대단히 고통스러운 상처가 생길 때까지. 즉 자유로운 생각이 우리의 사회적 지위와 인간관계를 방해하고 괴롭히기 시작할 때까지라는 말이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책세상, 2020. p.425)


모든 위험한 생각의 시작은 놀라울 만큼 사소하다.

"왜 우리는 꼭 이렇게 살아야만 할까?",

"남들이 모두 옳다고 하는 것이 정말 진리일까?"

사회가 당연하게 여기는 관습, 가족이 물려준 신념, 혹은 내 안에 깊이 자리 잡은 가치관에 대해 문득 던지는 작은 질문.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느껴진다. 이 무해해 보이는 작은 의문이 니체가 말하는 ‘자유로운 생각’과의 첫 접촉, 즉 ‘가려움’이다.

이 단계에서 우리는 그 생각이 몰고 올 거대한 파장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다.

그저 순간의 지적인 호기심이거나, 잠시 스쳐 가는 회의감 정도로 치부해 버리기 쉽다.


하지만 한번 시작된 가려움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계속 자극한다.

결국 참지 못하고 그 자리를 긁기 시작한다.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관련 서적을 탐독하고,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을 찾아 헤매며, 밤새도록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

처음의 작은 물음표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점점 커져, 어느새 우리 삶의 중심부를 차지하게 된다.

긁으면 긁을수록 잠시 잠깐의 시원함과 함께 피부가 벌게지며 쓰라려오듯, 생각을 파고들수록 지적인 희열과 동시에 기존의 내 세계가 송두리째 흔들리는 듯한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이것이 ‘자리를 문지르는’ 과정이다. 위험하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면서도, 이미 멈출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상처가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내 안에서 치열한 고민 끝에 얻어낸 자유로운 생각은 필연적으로 바깥세상과 날카롭게 충돌한다. 평생 진리라고 믿었던 부모님의 가르침에 더 이상 동의할 수 없게 되고, 친구들과의 즐거운 대화에서 예전처럼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대신 불편한 침묵을 지키게 된다. 직장이나 사회가 당연하게 요구하는 암묵적인 규칙과 비합리적인 관행에 의문을 제기하는 순간, ‘까다로운 사람’, ‘분위기 파악 못 하는 모난 돌’이 되어버린다. 사람들은 나의 변화를 이해하지 못하고, 불편해하며, 때로는 노골적인 적대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로 인해 겪게 되는 깊은 고립감, 지독한 오해, 그리고 소중했던 관계의 단절이 바로 니체가 말한 ‘고통스러운 상처’다. 생각은 더 이상 머릿속에만 안전하게 머물지 않고, 우리의 관계와 사회적 평판을 위협하며 실질적인 아픔을 가져온다.


‘자유로운 사상가’가 된다는 것은 단지 남들과 다른 생각을 하는 멋진 지식인이 되는 것이 아니다. 그 생각으로 인해 기존의 안락했던 세계와 불화하게 될 것을 알면서도, 그 과정에서 생기는 모든 상처를 기꺼이 감당하겠다는 용기 있는 결단이다. 어쩌면 그 상처는 생각의 실패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안락했지만 기만적이었던 무지의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 치른 영광스러운 훈장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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