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차가운 사람에게 끌리는가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

by 이시영

604. 차가운 사람들에 대한 편견 - 빨리 불붙는 사람은 빨리 식기 때문에 그들은 전체적으로 신뢰할 수가 없다. 그러므로 언제나 차가운 아니면 차가운 체하는 모든 사람들에 대해서는 그들이 특별히 믿을 수 있고 신뢰할 만하다는 유리한 편견들이 있다 : 사람들은 천천히 불이 붙고 오랫동안 지속되는 사람들과 그들을 혼동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책세상, 2020. p.425)


어떤 사람은 뜨겁고, 어떤 사람은 차갑다. 만약 중요한 프로젝트를 함께할 동료나 평생을 약속할 연인을 골라야 한다면, 감정 기복이 크고 열정적으로 보이는 ‘뜨거운 사람’보다는, 웬만한 일에 동요하지 않고 차분해 보이는 ‘차가운 사람’에게 더 믿음을 준다.


열정적으로 아이디어를 쏟아내지만 금세 싫증을 내는 동료, 만난 지 하루 만에 영원을 약속하지만 얼마 못 가 마음이 식어버리는 연인에게 실망하곤 한다. 그들의 뜨거움은 순간적으로는 매력적이지만, 그 변덕스러움 때문에 깊은 신뢰를 주기 어렵다. 이러한 경험이 반복되면서, 자연스럽게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차가운 사람들에게서 안정감과 꾸준함을 기대하게 된다. 그들의 침묵을 신중함으로,

무표정을 깊은 생각의 증거로 해석하며 ‘저 사람은 믿을 만하다’는 편견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는 중요한 착각을 하고 있다. 우리는 ‘본래 차가운 사람’과 ‘천천히 불이 붙어 오래 타오르는 사람’을 혼동한다. 진짜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은 감정이 없는 얼음 같은 사람이 아니라, 그 마음에 불이 붙기까지는 시간이 걸리지만 한번 타오르면 누구보다 오래, 그리고 꾸준히 그 온도를 유지하는 사람이다. 겉으로 보이는 차가움이 그 사람의 본질이 아닐 수 있다. 그것은 어쩌면 무관심의 다른 표현일 수도 있고, 혹은 아직 그의 마음을 뜨겁게 만들 무언가를 만나지 못했을 뿐일 수도 있다.


우리가 정말 찾아야 할 사람은 겉모습이 차가운 사람이 아니라, 그 안에 꺼지지 않는 불씨를 가진 사람이다. 처음에는 다소 무뚝뚝하고 반응이 없어 보일지라도, 한번 마음을 연 관계나 시작한 일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깊은 책임감과 애정을 보여주는 이들이 바로 그런 사람이다. 그들의 진심은 요란한 불꽃놀이처럼 한순간에 터지지 않는다. 오히려 은은한 장작불처럼 서서히, 깊고 따뜻하게 주변을 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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