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 돌아오는 여행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

by 이시영

612. 사진에서 얻는 이론 - 가장 먼 유년기부터 장년기까지의 자신의 많은 사진들을 관찰하면, 사람들은 자신이 청년이었을 때보다 어린아이일 때의 모습과 훨씬 더 닮았다는 사실을 발견하고는 기분좋은 놀라움을 느끼게 된다 : 즉 이 과정에 따르자면 아마 그사이에 일시적으로 근본적인 성격 장애 상태가 나타났으며. 축적되고 뭉쳐진 장년의 힘이 그것을 다시 지배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느끼게 된다.이 사실을 인지하는 것은 청년기에 우리를 이리저리 끌고 다니던 모든 정열, 교사, 정치적 사건들의 강한 영향이 나중에 다시 안정된 절도로 되돌아온 것처럼 보이는 또다른 인지와 일치한다 : 확실히 그 영향은 살아 있고 우리들 속에서 계속 작용한다. 그러나 근본적인 감각과 근본적인 견해 역시 우세함을 가지고 있으며, 20대에 아마 흔히 있는 일처럼 그 영향을 힘의 원천으로 이용하지만. 더 이상 힘의 조절기로서는 이용하지 않는다. 그래서 장년의 사고와 감각은 다시 자신의 유년기적인 사고와 감각에 더 잘 맞게 된다. 그리고 내면적 사실이 앞서 말한 외면적 사실 속에서 표현되는 것이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책세상, 2020. p.429)


오래된 사진첩을 넘기다 보면 문득 기분 좋은 놀라움과 마주할 때가 있다. 유년 시절의 해맑은 내 모습과 지금의 내 모습이, 그 사이를 채우고 있는 청년기의 모습보다 훨씬 더 닮아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는 순간이다. 질풍노도의 시기를 거치며 낯설게만 보였던 청년의 얼굴 대신, 어린아이의 눈빛과 표정이 수십 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지금의 얼굴에 고스란히 겹쳐 보인다. 니체는 이 흥미로운 현상을 통해 한 인간의 성격이 어떻게 형성되고 본질로 회귀하는지에 대한 통찰을 제시한다.

니체에 따르면, 청년기는 일종의 '일시적인 성격 장애 상태'다. 이 시기에는 아직 자신의 중심이 확고히 서 있지 않기 때문에 외부의 강렬한 영향에 쉽게 휩쓸린다. 끓어오르는 정열, 존경하는 스승의 가르침, 시대의 거대한 흐름과 같은 것들이 청년의 내면을 이리저리 끌고 다닌다. 마치 도화지에 여러 사람이 각기 다른 색의 물감을 덧칠하듯, 청년의 정체성은 수많은 외부 요인에 의해 혼란스럽게 채색된다. 그 결과 사진 속 청년의 얼굴에는 방황과 고뇌, 그리고 아직 자신의 것이 아닌 생각과 감정들이 뒤섞인 복잡한 표정이 나타난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장년기에 이르면, 이 모든 혼란은 점차 잦아들고 안정된 절도가 되돌아온다. 이것은 청년기의 뜨거운 경험들이 사라졌다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그 격렬했던 영향력들은 더 이상 삶의 방향을 결정하는 '조절기'가 아니라, 삶을 나아가게 하는 '힘의 원천'으로 내면화된다. 예를 들어, 청년 시절의 아픈 실연의 경험은 더 이상 삶을 좌지우지하는 상처가 아니라, 타인의 아픔을 이해하는 깊이의 원천이 된다. 사회에 대한 분노와 저항 정신은 맹목적인 파괴력이 아니라,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려는 지혜로운 에너지로 전환된다. 이처럼 장년의 힘은 청년기의 혼돈을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끌어안고 숙성시켜 자신의 본질적인 성격과 조화를 이루게 하는 것이다.

결국 장년의 사고와 감각은 다시 자신의 유년 시절과 더 가까워진다. 어린 시절 가졌던 순수한 호기심과 근본적인 기질이, 청년기의 수많은 경험을 통해 단련되고 다듬어져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니체는 이 내면의 사실이 외면, 즉 얼굴에 그대로 표현된다고 말한다. 어린아이의 얼굴에 담긴 무한한 가능성과 순수한 본질이, 청년기의 방황을 거쳐 마침내 자신만의 길을 찾은 장년의 얼굴에서 완성된 모습으로 다시 나타나는 것이다.

인생이란 완전히 새로운 존재가 되는 과정이 아니라, 자신의 가장 깊은 본질로 되돌아가는 긴 여행일지도 모른다. 사진첩 속 어린아이와 지금의 내가 서로를 마주 보며 미소 짓는 것은, 그 긴 여행이 헛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청년기의 폭풍우는 우리를 잠시 길 잃게 만들었지만, 우리를 더 단단하고 지혜롭게 만들어 우리가 출발했던 그 자리, 진정한 자기 자신에게로 데려다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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