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
620. 희생 – 선택을 해야 한다면 작은 희생보다는 큰 희생이 선호된다 : 왜냐하면 큰 희생에 대해서는 작은 희생에서는 불가능한 자기 찬미를 통해서 보상을 받기 때문이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책세상, 2020. p.433)
우리는 희생을 통해 무언가를 잃지만, 동시에 다른 무언가를 얻는다. 니체는 그 보상이 '자기 찬미', 스스로에 대한 뿌듯함과 존경심이라고 말한다. 작은 희생, 길을 묻는 이에게 잠시 시간을 내어주거나 자리를 양보하는 일상적인 배려는 쉽게 잊히거나 당연하게 여겨진다. 이런 행동을 하고 나서 '나는 정말 대단한 일을 했어!'라고 스스로 칭찬하기는 어색하다.
큰 희생은 다르다. 자신의 꿈을 잠시 접어두고 가족을 위해 헌신하거나, 사회 정의를 위해 개인적인 안위를 포기하는 것과 같은 큰 희생은 이야기가 다르다. 물론 그 과정은 고통스럽고 힘들다. 하지만 그 고통의 크기만큼, 우리는 스스로를 '숭고한 선택을 한 사람', '가치 있는 일을 해낸 사람'으로 여기며 강력한 자기 만족감을 느낀다. 마치 힘든 등반 끝에 정상에 올랐을 때의 성취감처럼, 큰 희생 뒤에는 스스로에 대한 깊은 자부심과 존경심, 즉 '자기 찬미'가 따라온다.
이 '자기 찬미'가 과연 순수한 보상일까? 어쩌면 큰 희생을 선택하는 우리 마음속에는, 그 희생을 통해 얻게 될 '영웅적인 나'의 모습에 대한 은밀한 기대가 숨어있는 것은 아닐까? 작은 희생으로는 얻을 수 없는 극적인 자기 만족감, 타인에게 받을지도 모르는 인정과 칭찬에 대한 욕망이 우리를 더 큰 희생으로 이끄는 것은 아닌지 불편한 질문을 던지게 된다.
희생의 가치는 단순히 그 크기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 희생을 통해 우리가 무엇을 얻고 무엇을 배우는가이다. '자기 찬미'라는 달콤한 보상에 취해 현실을 왜곡하거나, 더 큰 희생만이 가치 있다는 맹목적인 믿음에 빠지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사회 운동에 헌신하며 큰 희생을 감수한 사람이 그 '숭고함'에 도취되어 주변 사람들의 작은 배려나 일상적인 관계의 소중함을 잊고 오만하게 행동한다면, 그의 큰 희생은 오히려 삶의 균형을 깨뜨리는 독이 될 수도 있다. 때로는 이름 없이 사라지는 작은 희생들이 세상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고, 그 속에서 우리는 조용한 만족감을 발견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