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Ⅰ』
49. 호의 - 삶은 오직 호의에 의해서만 잎이 나고 꽃이 피게 된다. 선량함, 우정, 마음의 정중함은 끊임없이 솟아나는 비이기적인 충동이 발산된 것이며, 동정, 자비, 헌신이라고 불리는 충동의 잘 알려진 표현보다도 훨씬 강하게 문화에 종사해 왔다. 그러나 사람은 그것들을 과소평가하지만, 사실상 거기에 비이기적인 것은 그렇게 많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작은 양을 모두 합한 것은 강력해서, 그 총체적인 힘은 가장 강한 힘에 속한다. 이와 같이 흐린 눈으로 볼 때보다 사람들은 세계에서 훨씬 많은 행복을 발견한다. 즉 우리가 올바르게 판단하고, 그 속에서 모든 인생, 가장 궁핍한 인생에서조차도 하루하루가 풍요롭도록 하는 저 즐거움의 순간들을 잊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Ⅰ』, 책세상, 2019. p.76).
우리가 살아가는 이 복잡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를 끈끈하게 이어주는 보이지 않는 연결고리는 무엇일까. 법이나 규칙, 혹은 이익 관계가 우리를 묶어주는 것 같지만, 사실 우리 삶을 진정으로 지탱하는 것은 서로를 향한 작은 관심과 배려, 어려움을 함께 나누려는 따뜻한 마음, 즉 ‘호의’일 것이다.
길을 잃고 울고 있는 이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밀어 집으로 데려다주시는 할머니의 푸근한 미소, 힘든 업무에 지쳐 있을 때 건네받았던 동료의 따뜻한 격려 한마디, 예상치 못한 어려움에 처했을 때 익명의 누군가가 베풀어준 작은 도움들. 이러한 소소하지만 진심 어린 호의들은 단순히 그 순간의 어려움을 해결해 주는 것을 넘어, 타인에 대한 신뢰와 세상에 대한 긍정적인 마음을 심어주는 단단한 씨앗이 된다.
인간의 본성에는 냉정하고 이기적인 측면이 존재한다. 당장 나 자신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고,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모습은 우리 사회의 분명한 한 단면이다. 하지만 깊이 생각해보면, 우리는 단순히 자신의 이익만을 좇는 존재는 아니다. 타인의 슬픔에 공감하여 함께 눈물을 흘리고, 어려움에 처한 이웃을 위해 작은 힘이라도 보태려는 마음, 누군가의 기쁨을 나의 일처럼 축하하며 끈끈한 유대감을 느끼는 따뜻한 마음 또한 우리 인간에게 내재된 소중하고 본질적인 본성이다.
안타깝게도 현대 사회는 효율성과 개인의 경쟁력을 지나치게 강조한다. 때로는 타인에 대한 배려와 호의를 '낭만적'이라거나 '비효율적'인 감정으로 치부하기도 한다.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잠시 멈춰 서서 타인을 돌아보는 여유는 사치처럼 느껴지고, 자신의 성공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가는 것이 미덕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과연 풍요롭고 행복한 삶이란 과연 무엇일까. 개인의 물질적인 성공과 사회적 지위만으로 삶이 완성될 수 있을까? 아무리 높은 지위에 오르고 많은 재산을 축적한다 해도, 주변에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따뜻한 사람들이 없다면, 그 성공과 부는 과연 온전한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삭막한 성공보다는 따뜻한 연결이 우리를 더 살게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