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 호의-삶은 오직 호의에 의해서만 잎이 나고 꽃이 피게 된다. 선량함, 우정, 마음의 정중함은 끊임없이 솟아나는 비이기적인 충동이 발산된 것이며, 동정, 자비, 헌신이라고 불리는 충동의 잘 알려진 표현보다도 훨씬 강하게 문화에 종사해 왔다. 그러나 사람은 그것들을 과소평가하지만, 사실상 거기에 비이기적인 것은 그렇게 많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작은 양을 모두 합한 것은 강력해서, 그 총체적인 힘은 가장 강한 힘에 속한다. 이와 같이 흐린 눈으로 볼 때보다 사람들은 세계에서 훨씬 많은 행복을 발견한다. 즉 우리가 올바르게 판단하고, 그 속에서 모든 인생, 가장 궁핍한 인생에서조차도 하루하루가 풍요롭도록 하는 저 즐거움의 순간들을 잊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Ⅰ』, 책세상, 2019. p.76).
요즘 세상은 참 각박하다고 느껴진다. 특히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말이다. 얼마 전 밤늦게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낯선 사람과 둘만 남게 되자 몹시 불안했다. 뉴스에서 듣던 '묻지 마 폭행' 사건이 떠올라서 심장이 쿵쾅거렸다. 같은 층에서 내렸는데 앞집으로 들어가는 것을 본 후에야 안심이 되었다.
낯선 사람들과 마주치면 호의를 베풀 생각보다 적대감이나 두려움이 먼저 생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니체는 '권력 의지'를 통해 인간의 삶을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스스로의 가치를 창조하는 능력을 강조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호의는 단순한 베푸는 행위가 아니라 나의 한계를 극복하는 수단이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개인주의가 심화되면서 호의를 베풀기보다 타인을 향한 경계심, 적개심이 먼저 발동되고 있는 것같다. 나조차도 스마트폰과 SNS로 접한 뉴스를 통해 타인에 대한 선입견을 갖고 상대를 두려워했다. '묻지 마 폭행‘은 제한적인 사건이지만 무분별한 스마트폰 정보습득으로 인해 마치 내 곁에서 직접 일어난 일들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지극히 평범하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호의다. 따뜻한 미소, 격려의 말 한마디 등의 작은 호의를 실천하는 것이 나를 성장시키는 동력이라는 점을 계속 떠올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