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
624. 더 높은 자기(自己)와의 교제 - 누구에게나 자신의 더 높은 자아를 발견하는 좋은 날이 있다. 그리고 참된 인간성은 누군가를 이런 상태에 의해서만 평가하고 부자유하고 예속된 날의 상태로 평가하지 않을 것을 요구한다. 예를 들어 사람들은 화가를 그가 보고 묘사할 수 있었던 최고의 환상에 따라 평가하고 존경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매우 다양하게 그들의 더 높은 자아와 교제를 하며, 나중에 몇 번이고 다시 그러한 순간들에 존재하는 것을 모방한다는 점에서는 흔히 그들 자신의 배우들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이상에 대한 두려움과 순종 속에서 살고 있고 이상을 부정하고 싶어한다 : 그들은 자신들의 가장 높은 자아를 두려워하고 있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책세상, 2020. p.435)
나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거나, 낯선 책을 읽거나, 익숙하지 않은 사건을 마주할 때, 날카로운 비판의 날을 세우곤 한다. 상대방의 사소한 결점을 찾아내고, 책의 논리적 허점을 지적하거나 오자를 찾아내며, 부정적인 측면을 먼저 바라보는 것이다. 이런 태도는 나를 예리한 사람처럼 느끼게 만들지만, 나는 그 사람의 진정한 매력이나, 그 책이 가진 본질적인 울림, 그 사건의 핵심을 놓쳐버린 경우가 많았다. 그것은 멋진 선물을 받고도 포장지의 흠집에만 온통 신경을 쓰느라, 그 안의 내용물은 확인조차 하지 않는 어리석음과 같다.
이런 나의 냉소적인 습관에, 니체는 새로운 그 무엇을 진정으로 알고자 한다면, "이 새로운 것을 가능한 모든 사랑으로 받아들이고, 그에게 적대적이고 불쾌하며 잘못된 것으로 보이는 모든 것에서 재빨리 시선을 돌리고, 나아가서 그것을 잊어버리는 것이 좋다"고 친절하게 알려주고 있다.
처음 이 말을 접했을 때, 나는 '사랑'이라는 단어가 낯설게 느껴졌다. 앎이나 인식은 차가운 이성의 영역이라고 생각했는데, 니체는 뜨거운 사랑을 앎의 방법으로 제시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대상을 진정으로 이해하기 위한 고도의 '요령(Knack)'이자 전략이다.
우리는 누군가를 미워하면 그 사람의 장점은 보지 못하고 단점만 확대해서 보게 된다. 반대로 누군가를 사랑하면, 작은 단점은 보이지 않고 그 사람의 가장 빛나는 본질을 꿰뚫어 보게 된다. 니체는 바로 이 '사랑의 렌즈'를 의식적으로 활용하라고 조언한다.
그는 "어떤 책의 저자에게 최대의 점수를 주고 경기할 때처럼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그가 목표에 이르기를 열망하는 것"과 같은 태도를 가지라고 말한다. 어떤 영화를 '이건 분명 망작일 거야'라는 마음으로 보면, 영화 내내 단점만 보이고 지루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이 영화는 분명 나에게 감동을 줄 거야'라고 기대하며, 감독이 무엇을 말하려는지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면, 사소한 흠집은 잊히고 그 영화가 가진 진심 어린 메시지가 가슴에 와닿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니체가 말하는 사랑의 '요령'은, 그 대상의 "중심부까지, 즉 그 원동력이 되는 점까지 다가가는" 유일한 방법이다. 모든 사람, 모든 책, 모든 사건에는 그것을 움직이는 핵심적인 '원동력'이 있다. 그것은 작가의 열망일 수도 있고, 한 사람의 진실된 마음일 수도 있다. 하지만 비판적인 시선은 이 중심부에 도달하기 전에, 겉을 둘러싼 '불쾌하고 잘못된 것들'에 가로막혀 길을 잃게 만든다.
내가 만약 어떤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 그의 말투나 옷차림 같은 비본질적인 것들로 그를 판단하고 미워했다면, 나는 영원히 그 사람의 내면에 있는 따뜻함이나 지혜를 알 기회를 잃어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니체는 "재빨리 시선을 돌리고, 잊어버리라"고 말한다. 이것은 결점을 간과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은 '판단을 보류'하는 것이다. 겉면의 가시가 아닌, 그 가시가 감싸고 있는 속살을 먼저 보기 위한 의식적인 노력이다.
이런 사랑의 태도를 통해 그 대상의 '원동력'에 도달했을 때, "그 사항을 터득하게" 되었을 때, 비로소 우리의 '이성(오성)'이 뒤에서부터 제한을 가할 수 있다. 이것이 핵심이다. 이성은 처음부터 상대를 난도질하는 칼이 아니라, 핵심을 파악한 후에 전체를 조망하고 정리하는 도구가 되어야 한다.
처음에는 니체의 글들이 무슨 말인지 도무지 알 수도 없고, 철학서인지 시집인지 문집인지 알 수 없어서 여러 번 덮어버렸다. 하지만 난해하고 익숙하지 않은 문장들을 애써 잊고, 니체가 왜 이렇게 말하는지 상상하려 노력했다. 그러자 삶을 긍정하고 인간을 사랑하는 그의 본마음이 읽혔다. 그는 슬프도록 간절하게 인간을 사랑하고 삶을 아끼고 있다.
새로운 것을 알고자 한다면, 먼저 마음을 열고 사랑해야 한다. 그것은 상대를 맹목적으로 찬양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가장 깊은 곳에 있는 원동력을 이해하기 위해 나의 비판적인 태도를 '일시적으로 떼어놓는' 지적인 용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