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
625. 고독한 사람들 ㅡ어떤 사람들은 자기 자신과 함께 혼자 있는 것에 익숙해져서 자신을 다른 사람과 전혀 비교하지 않고 조용하고 즐거운 기분으로 자기 자신과 좋은 대화를 나누며. 게다가 웃음을 지으며 독자적인 삶을 엮어 나간다. 그러나 이러한 사람들이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게 하면 자기자신을 구차하게 과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 그래서 그들은 자신에 관한 유익하고 정당한 의견을 남에게서 비로소 다시 배우도록 강요받을 수밖에 없게 된다 : 그런데 그들은 배워 익힌 이 의견에서도 되풀이해서 조금 빼거나 값을 깎으려고 할 것이다. ㅡ따라서 인간은 특정한 사람들에게는 혼자 있음을 기꺼이 허락해야만 하지만 흔히 일어나는 일처럼그 때문에 불쌍히 여기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아야만 한다.(『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책세상, 2020. p.436)
우리는 혼자인 것을 '외로운 것'이나 '부족한 것'으로 여기기 쉽다. "친구 없어?"라는 말이 상처가 되는 사회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나의 존재 가치를 증명해야 할 것 같은 압박을 느낀다. 마치 혼자 있는 것은 실패의 증거라도 되는 것처럼, 우리는 고독을 불쌍히 여기는 경향이 있다.
니체는 이러한 시선이 "불쌍히 여기는 어리석은 짓"일 수 있다고 꼬집는다. 우리가 생각하는 외로운 사람과는 전혀 다른, '고독한 사람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니체가 말하는 '고독한 사람들'은 불행하지 않다. 그들은 "자기 자신과 함께 혼자 있는 것에 익숙해져서" "조용하고 즐거운 기분으로 자기 자신과 좋은 대화를 나누며", 심지어 "웃음을 지으며 독자적인 삶"을 엮어 나간다. 그들의 기쁨은 타인의 인정이나 평가에 기대지 않는다. 그들은 외부 세계의 소음에서 벗어나 자신의 내면과 깊이 소통하며, 그 속에서 흔들리지 않는 평화와 즐거움을 찾아낸다.
그들의 행복이 가능한 이유는 명확하다. 그들은 "자신을 다른 사람과 전혀 비교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신만의 속도와 방식으로 삶을 엮어갈 뿐, 타인의 삶을 기웃거리며 자신의 가치를 재단하지 않는다. 그들의 삶은 외부의 잣대가 아닌, 자신만의 기준으로 완성되는 고요하고 충만한 세계다.
이 고요한 평화는 '비교'라는 거울 앞에 섰을 때 깨지기 시작한다. 니체는 "이러한 사람들이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게 하면 자기 자신을 구차하게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나는 혼자 글을 쓰거나, 책을 읽으며 사색에 잠길 때 가장 평온하고 즐겁다. 그 순간 나는 나 자신과 대화를 나누며, 나의 세계가 충만하다고 느낀다. 하지만 가끔 모임에 나가, 화려한 성과와 넓은 인맥을 자랑하는 사람들 앞에 서게 될 때, 나는 위축되는 나를 발견한다. 그들의 빛나는 성공담 속에서, 나의 삶은 '보잘것없는' 것이 되어버린다. 나의 조용한 기쁨은 '사회성 부족'이나 '패배자의 자기 위안'처럼 구차하게 느껴진다. 나는 니체의 말처럼, 타인과 비교하는 순간 나 자신을 '구차하게 과소평가'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사람들은 "자신에 관한 유익하고 정당한 의견을 남에게서 비로소 다시 배우도록 강요받을 수밖에 없게 된다." 나 역시 가끔 가까운 친구가 "네가 쓴 글은 정말 깊이가 있어"라거나 "너의 관점은 참 독특하고 좋아"라고 말해줄 때, 비로소 나의 가치를 어렴풋이 깨닫게 된다. 하지만 니체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그런데 그들은 배워 익힌 이 의견에서도 되풀이해서 조금 빼거나 값을 깎으려고 할 것이다."
나는 이 부분에서도 나의 모습을 본다. 칭찬을 들어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아니야, 그냥 운이 좋았어'라거나 '너라서 좋게 봐주는 거야'라며 스스로 그 가치를 깎아내린다. 왜 그럴까? 아마도 비교에 익숙하지 않은 영혼은, 비교의 세계에서 얻은 '평가'라는 것 자체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모르기 때문일 것이다. 칭찬도, 비난도 그들에게는 낯선 화폐와 같다.
혼자 있는 것은 실패가 아니며, 비교의 잣대로 함부로 타인을 재단하는 시선이야말로 '어리석은 짓'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