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
627. 평범한 체험 - 소수의 사람들이 어떻게 자신의 체험-보잘 것 없는 평범한 체험-을 해마다 세 번씩 열매를 맺는 경작지가 되도록 경영할 줄 아는지 보라. 반면 다른 사람들–참으로 많은 다른 사람들!-이 가장 격앙된 운명, 가장 다양한 시대와 민족이라는 강물의 큰 파도에 밀려다니면서도 코르크처럼 항상 위에 떠 있는 것도 보라:그러면 사람들은 마침내 인류를 적은 것에서 많은 것을 만들어 낼 줄 아는 소수(극소수)의 사람과, 많은 것에서 적은 것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다수의 사람으로 분류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된다. 게다가 그들은 무에서 세계를 창조해 내는 대신 세계에서 무를 창조하는 뒤바뀐 마법사들을 만나게 된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책세상, 2020. p.438)
소셜 미디어 화면 속에는 화려한 해외여행, 대단한 성과, 특별한 이벤트들로 가득하다. 그런 거대한 '경험의 파도'를 넋 놓고 바라보다 보면, 나의 평범한 일상이 초라하게 느껴지곤 한다. 우리는 모두 더 많은 것을 경험해야만, 더 격렬한 사건을 겪어야만 삶이 풍요로워진다고 믿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나는 니체의 한 구절을 떠올리며 이 생각에 의문을 품게 되었다. 그는 어떤 사람들은 "가장 격앙된 운명, 가장 다양한 시대와 민족이라는 강물의 큰 파도에 밀려다니면서도 코르크처럼 항상 위에 떠 있는 것"도 보라고 말한다.
한때 나는 '많은 경험'에 집착했다. 유명하다는 곳은 다 가봐야 했고, 유행하는 책은 다 읽어야 했으며, 남들이 하는 활동은 다 쫓아가려 애썼다. 나는 분명 "가장 다양한 강물의 큰 파도" 위를 정신없이 떠다니고 있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 수많은 경험 속에서 내 삶에 깊이 남은 것이 과연 무엇이었을까? 그저 수많은 정보와 자극에 휩쓸려 다니며, 정작 아무것도 내 것으로 만들지 못한 '코르크'에 불과했던 것은 아닐까. 코르크는 물에 젖지 않는다. 아무리 거친 파도 속에 있어도, 그 물결의 깊이를 흡수하지 못하고 그저 표면만 둥둥 떠다닐 뿐이다.
니체는 이런 사람들을 "많은 것에서 적은 것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다수의 사람"이며, 심지어 "세계에서 무(無)를 창조하는 뒤바뀐 마법사들"이라고 부른다. 신은 무에서 세계를 창조했지만, 이들은 풍요로운 세계(경험)를 가지고도 결국 아무것도 아닌 것(무의미)을 만들어버리는 안타까운 능력을 지녔다는 것이다. 이토록 풍부한 세상을 경험하면서도, 결국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고 아무것도 창조해내지 못하는 공허한 삶. 나는 그것이 어쩌면 화려한 경험을 강요하는 현대인의 큰 비극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반면에 니체는 "소수의 사람들이 어떻게 자신의 체험-보잘것없는 평범한 체험-을 해마다 세 번씩 열매를 맺는 경작지가 되도록 경영할 줄 아는지 보라"고 말한다. '농부' 같은 사람들은 진실하게 삶을 살아내는 이들이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경험의 크기나 화려함이 아니다. 그들은 굳이 히말라야를 등반하거나 전쟁 같은 비극을 겪지 않아도 된다. 그저 동네 산책길에서 마주친 들꽃 하나, 친구와 나눈 짧은 대화, 책에서 읽은 한 구절과 같은 '보잘것없는 평범한 체험'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들은 이 작은 씨앗을 마음의 밭에 심고, 사색이라는 물을 주며, 깊은 성찰을 통해 지혜라는 열매를 수확한다. 남들이 무심히 지나치는 일상 속에서 우주의 섭리를 발견하고, 사소한 감정의 변화 속에서 인간의 본질을 꿰뚫어 본다. 그들은 "적은 것에서 많은 것을 만들어 낼 줄 아는 소수(극소수)"다.
나는 요즘 매일 니체의 짧은 아포리즘 한 구절을 읽고 글을 쓰는 이 시간이, 어쩌면 나에게도 이 '경작'의 과정일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에게는 책 속의 수많은 문장 중 하나에 불과한, 이 '보잘것없는 평범한 체험'을 나는 하루 종일 곱씹는다. 이 짧은 문장 하나를 나의 삶과 연결하고, 과거의 경험을 반추하며,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 이 과정은 하나의 작은 씨앗을 심어 정성껏 물을 주고 가꾸는 농부의 마음과 같다. 이 글 한 편이 '세 번씩 열매를 맺는' 위대한 수확은 아닐지라도, 나는 분명 이 '적은 것'에서 '많은 것'을 배우려 애쓰고 있다.
나는 '코르크'처럼 세상의 파도 위를 무의미하게 떠다니고 싶지 않다. 비록 나의 밭이 작고 평범할지라도, 그 안에서 해마다 열매를 맺는 성실한 농부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