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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하는 삶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Ⅰ』

by 이시영

111. 종교적 예배의 기원-종교적 삶이 가장 힘차게 꽃피었던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면, 우리는 하나의 근본 신념을 발견하게 된다..... 이 근본 신념은 자연과 자연의 관계에 관한 것이다. 사람들은 그 시대에는 아직 자연법칙에 대해서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 땅에도 하늘에도 필연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계절, 햇빛, 비는 올 수도, 오지 않을 수도 있다. 자연적인 인과성에 대한 모든 개념이 완전히 결여되어 있다...... 종교적 예배의 의미는 자연을 인간의 이익이 되도록 규정하고, 마법으로 사로잡는 것, 즉 자연에 그것이 처음부터 가지고 있지 않은 법칙성을 새겨 넣은 것이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Ⅰ』,책세상, 2019. p.131)


나는 가끔 상상해본다. 과학을 전혀 몰랐던 아주 먼 옛날, 사람들은 어떤 마음으로 살았을까? 알 수 없는 자연 앞에서 얼마나 힘없고 불안했을까?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다가도 갑자기 비가 쏟아지고, 곡식을 잘 자라게 하던 땅이 순식간에 마른 땅으로 변하는 걸 보면서, 그들은 얼마나 절박했을까. 아마 땅과 하늘에는 '반드시 그렇게 될 거야'라는 규칙이 없었을 것이다. 계절이 바뀌고, 해와 비가 언제 올지 모르는 불확실성은 사람들에게 늘 불안감을 주었지만, 동시에 풍요를 바라는 간절한 소망의 대상이기도 했다. 사람들은 살기 위해 자연을 자기 뜻대로 움직이려 했고, 자연에 자신들이 바라는 규칙을 만들려고 애썼다는 생각이 든다.


과학 지식이 없던 옛날에는 자연이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몰랐고, 때로는 무서운 힘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곡식을 풍성하게 해주는 햇볕과 비는 사람들이 노력하는 것과 상관없이 오기도 하고 안 오기도 했다. 갑자기 큰물이 나거나 가뭄이 들면 마을 전체가 위험해지는 직접적인 공포였다. 나는 상상 속에서 그들의 불안을 느껴본다. 오늘 심은 씨앗이 내일 자랄지, 다음 계절에 먹을 것을 얻을 수 있을지 아무것도 확실할 수 없었던 삶. 이런 불안정한 상황에서 사람들은 힘이 없다고 느꼈고, 이 거대한 알 수 없는 힘에 맞서 뭔가 해야 한다는 절박한 마음을 가졌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종교적인 예배가 시작된 '기본적인 믿음'이 생겨났다. 그것은 자연과 사람의 관계를 특별하게 이해하는 방식이었다. 즉, 자연에 원래 정해진 규칙이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행동을 통해 특정한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믿음이다. 이런 믿음은 자연 현상을 몰랐기 때문에 생겼지만, 동시에 사람들이 예측 불가능한 자연 앞에서 포기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대처하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다. 나는 이 부분에서 사람들의 강한 생존 의지와 희망을 본다. 알 수 없는 공포 앞에서 주저앉기보다는, 어떻게든 삶을 자기 뜻대로 하려는 사람들의 본능적인 몸부림 말이다.


종교적인 예배는 바로 이런 기본적인 믿음을 실제로 보여주는 행동이었다. 제사, 기도, 의식 같은 종교적인 행동은 단순히 신에게 복을 빌거나 잘못을 뉘우치는 소극적인 행동을 넘어섰다. 특정한 의식을 통해 비를 오게 하고, 풍년을 빌고, 병을 쫓아내는 등 자연 현상에 사람의 뜻을 넣으려는 행동이었던 것이다. '마법'이라는 말은 과학적인 이해가 부족했던 시대에 사람들이 자연을 통제하려는 비합리적이지만 간절한 노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나는 이런 옛날의 예배를 보면서, 그것이 단순한 미신이 아니었음을 깨닫는다. 그것은 어쩌면 사람들이 알 수 없는 자연 앞에서 포기하지 않고, 자기들의 삶을 스스로 만들어 나가려고 했던 간절한 바람의 기록일지도 모른다. 예측할 수 없는 세상 속에서 질서를 부여하고, 통제할 수 없는 자연에 의미를 주려고 했던 사람들의 위대한 시도. 그들의 기도는 단순한 부탁이 아니라, 삶을 향한 굳건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었을 것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과학 지식으로 무장하고 자연의 많은 부분을 이해하고 다룰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재난이나 병 앞에서 우리는 힘이 없다고 느낀다. 그때마다 우리는 옛날 사람들처럼, 알 수 없는 힘에 기대거나, 스스로의 뜻으로 상황을 바꾸려 노력한다. 모습은 달라졌지만, 사람들의 기본적인 바람은 변하지 않은 것이다.


나는 오늘, 내가 마주하는 불확실한 상황 앞에서 어떤 기도를 하고 있는지 돌아본다. 그것이 막연한 바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삶을 향한 나의 적극적인 의지와 행동으로 이어지는 간절한 바람인지 말이다. 자연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 안에서 나의 자리를 찾아가는 과정, 그리고 때로는 약하지만 스스로 삶을 만들어 나가려는 용기. 이것이 바로 시대를 넘어선 사람들의 끊임없는 예배이자, 삶을 향한 진정한 태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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