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별빛 Aug 16. 2024

희망

71. 희망-판도라는 재앙들로 가득 찬 상자를 가져와서 열었다. 이것은 신들이 인간에게 준 겉으로 보기에 아름답고 매력적인 선물이었고 '행복의 상자'라는 별명으로도 불렸다. 그때 상자에서는 날개를 단 살아있는 온갖 재앙이 튀어 나왔다 : 재앙들은 그때부터 돌아다니기 시작했고 밤낮으로 인간에게 해를 끼쳤다. 그러나 상자에서 단 하나의 재앙이 아직 빠져나오지 못하고 남아 있었다......인간은 판도라가 가져온 상자가 재앙의 상자라고 생각하지 못하고, 남아 있는 재앙이 행복의 대 보물인 희망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우스는 인간이 다른 심한 재앙에 괴로움을 당하더라도 삶을 포기하지 않고 지속하면서 계속 새로운 고통에 잠길 것을 바랐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인간에게 희망을 준 것이다. 희망은 실로 재앙 중에서도 최악의 재앙이다. 왜냐하면 희망은 인간의 고통을 연장시키기 때문이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Ⅰ』,책세상, 2019. p.92)     


니체는 희망이라는 것이 단순한 긍정적인 감정이 아니라, 인간을 고통 속에 가두는 강력한 도구라고 주장한다. 희망은 현실을 외면하고 미래에 대한 환상을 쫓게 만들어, 우리를 진정한 행복으로부터 멀어지게 한다는 것이다.


실패를 경험한 사람들이 '다음 기회에는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이러한 희망이 과도하게 부풀어져 현실적인 노력을 소홀히 하게 만든다면, 오히려 실패를 반복할 수 있다. 이번엔 떨어졌으니 다음엔 꼭 합격할 수 있다는 그런 식의 희망은 현실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없다. 희망이라는 감정에 의존하기보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고 보니 판도라의 상자는 처음부터 기쁨의 상자가 아니었다. 제우스가 인간에게 벌을 주기 위해 만든 재앙의 상자였다. 온갖 재앙이 튀어나와 급하게 닫아버린 상자에 기대를 갖고 다시 열어보고 싶은 호기심을 누르지 못하는 것, 그런 희망을 갖고 사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애정하는 루쉰의 <고향>에 나오는 문장이 떠오른다.

"희망이란 것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지상의 길과 같은 것이다. 본래 지상에는 길이 없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게 곧 길이 되는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약속할 수 있는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