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 같은 소재로

같은 소재, 다른 시선

by 이시영

104.

같은 소재로- 어떤 책이나 예술 작품이 같은 소재로 되어 있다면. 사람들은 내심 이것이 훌륭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이것을 추하고 지나치게 꾸며진 것이라거나 과장이 심하다고 하면 모욕을 느낀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Ⅱ』,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김미기 옮김,책세상,2019. p.73)


니체의 말처럼, 예술 작품은 저마다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있다. 특히 루쉰의 '아Q정전'은 마치 만화경처럼 끊임없이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아Q라는 인물을 통해 중국 사회의 모순을 날카롭게 비판한 이 소설은, 독자들에게 끊임없는 질문을 던진다.

아Q는 비굴하고 나약한 인물일까, 아니면 억압된 현실 속에서 나름대로 살아남으려는 강인한 생명력을 지닌 존재일까? 그의 '자기기만'은 비겁한 행위일까, 아니면 혹독한 현실을 버티게 해주는 일종의 생존 전략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독자 각자의 가치관과 경험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나는 아Q에게서 연민을 느낀다. 그는 사회의 가장 밑바닥에서 살아가는 소외된 존재이지만, 그 안에 깊은 상처와 고독을 간직하고 있다. 아Q의 '정신승리'는 비록 비겁해 보일 수 있지만, 그것은 그가 현실의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스스로 만들어낸 작은 위로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Q의 모습은 동시에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비추는 거울 같기도 하다. 아Q의 비굴함과 자기기만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부조리와 위선을 반영하는 것은 아닐까?

나는 '아Q정전'을 읽으면서 내 안의 어두운 그림자를 발견하기도 한다. 때로는 현실의 어려움 앞에서 좌절하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있다. 아Q의 모습에서 나의 모습을 발견하고, 반성하게 된다.

루쉰의 '아Q정전'은 단순히 한 인물의 이야기를 넘어, 인간의 보편적인 심리와 사회의 모순을 깊이 있게 파헤치는 작품이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나는 인간의 다면적인 모습과 사회의 복잡성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결국, 예술 작품은 정답이 없는 숙제와 같다.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작품을 해석하고, 그 안에서 의미를 찾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자신을 이해하고, 세상을 넓은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화면 캡처 2025-01-06 14462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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