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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임 Jan 30. 2022

제마의 대상, 백

한민족의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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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속의 원형은 아느의 여신이었다. 여신은 선택된 인간으로 강력한 근원자아의 발현을 이룰 수 있는 존재이자, 초자아를 통해 모든 자아를 대자연과 연계하여 발현할 수 있는 존재였으며 이를 통해 초월자와의 연결이 가능한 존재였다.     





하지만, 기원전 10800년대 마지막 여신 기가 죽음을 맞이한 후, 그 흐름은 더 이상 이어지지 못 하였다. 그 대신 여신 기를 보좌하던 여사제 린 중에서 살아남은 자들에 의해 그 유사한 명맥이 이어졌다. 아느 멸망 후에도 린은 문화를 부리에서, 파르에서, 메르에서 이어졌다. 하지만 린은 초월자와 연결될 수 있는 여신이 될 수 없었다.     





다만 린은 때론 여전사로, 때론 여사제로, 때론 지식의 전승자로 때론 산파로 그 역할을 하며 흩어진 인류의 심리적 중심이 되어 주었다.     






그렇지만 린은 여신 기를 대신할 수 없었다. 





이에 전투적인 남성들이 적극적 대응을 하면서 과학기술 마를 바탕으로 하는 남성 제사장들이 등장하였었다. 남성 제사장들은 때론 과학기술로 때론 무력으로 때론 수호자 엘을 만나는 것을 통해 자연과 연결되고  세상의 지배적 권력자로 자리잡아 갔다. 





그 과정에 높은 단계에 이른 신령스런 사람들을 숫자 5로 나타내며 영(靈)적인 존재로 인식되었다. 남성 제사장들은 영적인 존재가 되기 위해 육식을 멀리하고, 몸을 깨끗이 다듬고, 일생을 자유의지에 의한 자기 수련을 하며 살아갔다.           





오랜 자기 희생을 통한 노력의 결과로 그들은 초자아를 통해 외부 자아와 내부 자아 그리고 근원적자아를 하나로 연결시키는 것을 통해 정신적 연결과 더 큰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보다 쉽게 유사한 상태로 접어드는 방법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초자아를 통해 근원자아로 향하는 것은 유아기 때부터 까다로운 관리가 필요했고, 본인 스스로 대단한 의지의 발현을 요구했으며, 수 십 년 이상의 수련이 필요했다. 그렇게 노력한다고 하더라도 성공할 확률은 높지 않았다. 여신이 계셨던 아느 때와는 너무도 달랐다.     





그런데 초자아를 통하지 않고 집단무의식을 통해 원시적 본능으로 뚫고 들어가는 방법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집단무의식을 통해 원시적 본능의 공포를 즐겼고, 더 나아가 더 극단적인 공포를 통해 균형적 본능으로 다다랐다. 





그곳에서 강력한 자가 치유 능력을 얻거나 타인의 정신을 조정할 수 있는 능력을 얻기도 했다. 그리고 때로는 그 이상으로 나아가 진화적 본능 영역까지 다가감에 높은 수준의 지적 학습 능력을 얻게 되기도 했다. 





그러한 과정은 자연스럽게 魄(백)을 강화했고, 그러한 수련을 거친 사람은 죽어서도 백이 잘 흩어지지 않게 되었다. 인간 사이에 존재하는 그러한 백은 때론 비슷한 정신 특성을 가진 다른 인간에게 빙의가 되기도 했다.          





이것은 일반적인 인간들을 쉽게 현혹하는 수단이 되었다.     






그런데 이것은 큰 문제를 발생시켰다. 인간이 인간일 수 잇는 이유는 그 인간이 지닌 근원적 자아에 있다. ‘얼라’, ‘알라’, ‘靈魂(영혼)’ 등으로 설명되는 근원자아는 죽음을 초월한 인간의 본원이다. 





그에 반해 백은 인간의 본원이 아닌 인간의 본능적 욕구의 집합체로 원래 죽음과 함께 소멸되어야 하는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소멸되어야 할 백이 소멸되지 않고 유형의 존재로 인간 세계에 존재하는 경우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백은 그 백을 만든 인간의 개인적 지식과 경험, 욕구와 욕심을 가지고 있을 뿐 인데, 그 백을 神(신)으로 삼는 인간들이 나타난 것이었다. 






신이 아닌 존재가 신이 되어 인간의 내면에 있는 욕심을 부추기고 거짓 행위를 통해 마치 초월적 존재인 것처럼, 예지력을 지닌 존재처럼, 초자연적 힘을 가진 존재인 것처럼 오인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새로운 형태의 무속이 등장했다.               





새로운 형태로 등장한 무속의 신들은 자신을 믿고 따르는 사람들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자신을 믿고 따르는 것을 통해 자신과 비슷한 정신 특성을 만들어 둬야 자신의 숙주가 병들거나 늙어 죽었을 때 쉽게 다른 숙주에게로 옮겨 갈 수 있기 때문이었다.               






개인이 자신의 백을 강화시켜 공포를 극복하거나, 치유의 힘을 얻거나, 높은 수준의 지적활동이 가능해지는 것은 개인적 선택 사항으로 보았다. 하지만 거짓의 신으로 인간 세계에 자리 잡으려는 시도는 인간 세상을 혼란케 하는 일이다. 





그래서 그런 존재를 찾아 제거하는 흐름이 주요 종교들에서 발생하였다. 초월적 신을 숭배하는 경전을 갖춘 거대 종교 입장에서는 백을 신으로 삼은 종교 또는 무속은 용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예수회로 대표되는 제마의식을 하는 집단이 나타난 계기이며 우리 사회에서도 제거해야 할 책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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